돋보기와 현미경 - 안창남과 염상섭이 본 서울

말랑파워
말랑파워 · 나는야 용소야 나만의 길을 가련다
2023/11/12
식민지 경성 부감사진(개벽)

돋보기와 현미경 - 안창남과 염상섭이 본 서울

분석적 식견이나 사회과학적 통찰력에 있어서 안창남은 염상섭에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상술했듯, 비행기에 올라타서 동경 시가를 ‘조개껍질 같이’ 내려다보는 안창남의 시선에는 염상섭의 분석적 시선이 도달할 수 없는 특유의 에스프리가 존재한다. 염상섭이 확대경적, 초시계적, 정밀저울적 시선을 지니고 있다면, 안창남의 시선은 디오라마(diorama)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1초 시(時)에 10회전하던 모터가 100회전, 1,000회전을 한다는 신기록은 무엇을 표시하는가. 5, 6년 전까지도 ‘飛行機’가 아니라 ‘非行機’라고 자조하던 일본인의 손으로 구아(歐亞)의 최단거리를 비끄러매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활동은 부(富)를 치(致)한다고 새삼스레 장언(壯言)하는 것은 비소(鼻笑)할 일이지마는, 활동하는 백성이야말로 번영하는 백성이 아니고 무엇이냐. 나는 처음 보던 일본과, 두 번째 보는 일본 사이를 얼만한 통계적 지수로 얽어매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지은 집으로, 그들이 먹는 음식으로, 그들이 입는 옷으로, 얼마나 변하였는가를 능히 판단할 수 있음을 믿는다. 그들의 걸음걸이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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