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어디 있는가.

최정현
최정현 · "달🌕이 될게"
2023/03/16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은 맨눈으로 보기 힘든 영화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배포하는 상투적인 문구라고 생각했던 말, '날 것 그대로의 폭력'은 영화를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다. 원작 소설을 보면서도 찡그리며 보았을 정도이니 그걸 실사화한 영화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영화는 끔찍함과 동시에 허무하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주인공인 일우는 쌍둥이 동생을 죽인 자훈 패거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소년원으로 들어간다. 교복을 입고, 상주 완장을 차고. 감독은 이 모습이 "월우가 죽은 이후 내내 그 죽음에만 파묻혀 보냈던 일우의 삶을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김성수 감독 sns

실제로 일우는 그냥 들어가기만 했던 게 아니었다. 치밀한 준비가 수반됐다. 동생이 죽기 직전에 걸었던 마지막 전화에서 들은 목소리를 추적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년원에 들어갔는지 알아내고, 그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그들이 있는 소년원에 들어갈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쳐 힘들게 소년원에 들어가고, 소년원에 들어간 뒤에도 자훈 패거리를 혼자 상대하는 동시에 교정 교사 문희상의 폭력도 견디며 복수하기 위해 들인 노력에 비해 복수는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상담교사인 조순우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파이프로 머리를 찍어내리며.

결국 계획은 실현됐지만, 그 주체는 제3자였다.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결론이었다.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 '스무 살, 꼰대 정치에 이의 있습니다' 공동 저자 - 전 CBS X FLO 이슈 FLEX 응답하라 꼰대정치 패널
52
팔로워 32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