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나가 아닌 일상 #2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4/01/22
"지하철 타도 멀미해?"

20대 초반, 10년 전 쯤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었다. 학원 수업을 마치자마자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노량진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었던 친구를 만난 날이었다. 일주일의 피로가 그대로 누적된 채 먼 거리를 이동하니 탈 것에 예민한 몸이 제대로 뒤엉켰었다.

친구 손에 이끌려 지하철을 타고 내리던 어렸던 그날과는 달리 혼자 전광판의 글자들을 훑으며 자리를 찾아간다. 혼자이긴 하지만, 이어폰 너머로 무엇을 타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해 주며 잔뜩 걱정어린 목소리가 함께다.

"나 엉뚱한 데서 내리면 데리러 와 줄거지?"

"너는 진짜 그럴까봐 무섭다."


반쯤은 장난으로 건넨 말에 돌아오는 작은 한숨을 들으며 혼자 큭큭대며 웃음을 터트린다. 길치 중의 길치, 내비게이션을 켜도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평생을 살아온 제주도에서도 툭하면 길을 헤매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는 나의 작은 용기는 그동안의 전적들 덕분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되어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제대로 지하철에 탑승하고 운 좋게 끄트머리 좌석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캐리어를 잡고 멍하니 앞을 바라본다. 적당한 흔들거림은 그날처럼 멀미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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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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