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섹스판타지

이가현
이가현 인증된 계정 · 페미니스트 정치활동가
2023/06/08
남자 못 버린 페미니즘 11화
   
n명의 사람이 있다면 n개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대명제 아래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페미니즘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이번 글에서 n명의 페미니스트가 있다면 n개의 섹스판타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스트가 비혼, 비연애, 비출산, 비섹스와 같은 4B운동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만나고나서 그동안 관계나 가족, 사랑에 쏟던 에너지를 보다 자신의 야망에 투여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 편으로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나서 좀 더 자신의 성적 욕구와 쾌락에 눈 뜨게 된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실천하지 못했던 다양한 성적 실천을 좀 더 과감하게 시도해 보거나, 아니면 상상도 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욕망들을 상상해보게 되는 것이다. 
   
여성에게 성적 욕망이란 무엇일까? 남성의 자위는 ‘딸딸이’라는 귀여운 이름이 있지만 여성의 자위에는 보편적으로 붙여진 이름이 없다. 그만큼 여성들의 성적욕구는 남성에 비해 음지화되어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적 폭력을 폭로하기도 하지만 감춰진 여성의 성적 욕망과 실천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여성도 주체적인 성적 만족을 추구할 수 있음을 전제해야 성폭력이 왜 성폭력인지도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내가 뭘 싫어하는지도 알게될테니 말이다. 적극적 합의라는 실천 또한 단순히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즐겁고 안전한 섹스를 하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 년 전에는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자위와 성적 욕망을 양지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자밍아웃>의 김예지 감독은 여성의 자위에 ‘보듬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줬다. 아직 ‘보듬이’라는 이름이 ‘딸딸이’처럼 보편적으로 퍼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성적 욕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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