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의 한무제 - 미신은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가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4/03/12
흉노, 동월, 남월, 조선 등을 다 정벌한 정복군주 한무제는 뼛속 깊은 미신 신봉자였다.
한무제 (위키피디아)
그가 황위에 오른지 8년째 되던 때에 이소군이라는 사람이 접근했다. 나이 스물넷의 청년이었다.

이소군은 공신 집안의 심부름꾼 출신이었는데, 본인이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여러 제후들과 사귈 수 있었다. 그는 '귀물'을 이용해서 불사를 이룰 수 있다고 뻥을 쳤는데, 제후들은 이걸 믿고 많은 재물을 그에게 바쳤다. 덕분에 그는 따로 직업도 없는데 부자가 되었고, 주변에선 그가 부유한 것을 보고 더 신뢰했다. 사기꾼은 이렇게 성장하는 법이다.

그의 수법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제후의 연회에 90먹은 노인이 있었는데, 이소군은 그 노인의 할아버지가 사냥했던 장소를 맞춰서 명성을 얻었다. 물론 사전에 조사가 끝난 일이었다.

무제가 그에게 옛날 청동기를 보여주자 이소군은 그것이 제환공의 물건이라고 말했다. 새겨져 있는 명문을 조사하자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수백 년을 산 신선같은 사람이라 믿게 되었다.

이소군은 무제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엌신[祠灶=조왕신]에게 제사를 드리면 귀물을 부릴 수 있습니다. 귀물을 부리면 단사를 황금으로 바꿀 수 있고, 수명도 연장할 수 있고, 봉래산의 신선도 만날 수 있습니다."

더욱 솔깃한 이야기는 그 뒤에 있었다.

"신선을 만난 뒤 봉선(하늘에 지내는 제사)을 하면 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황제(삼황오제 중의 황제를 가리킴. 태산에서 봉선을 했음)가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도 신선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신이 일찍이 바다를 주유하다가 봉래산에 사는 신선 안기생을 만난 일이 있었습니다. 안기생이 수박만 한 대추를 주어서 먹었습니다. 인연이 맞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인연이 없으면 숨을 것입니다."

못 만나면 인연이 없는 것이니 포기하라는 밑밥까지 깐 이소군. 무제는 그에게 홀딱 빠져서 황금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게 했다. 이소군은 후일 병들어 죽었는데,...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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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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