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역 출근길] 행운의 777번 버스
2024/05/02
나의 출근길은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사당역까지 가서 2호선을 갈아타고 회사가 있는 선릉역까지 가는 경로다. 약 1,500 걸음, 총 1회 환승,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평균 3~4회 다음 지하철 기다림을 포함해 약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출근길은 역시 똥줄 타게 바빠야 제맛이라 나는 매일 아침마다 맹수에 쫓기는 목도리도마뱀 마냥 허둥지둥 뜀박질을 한다. 일절 계획하지 않은 이 비자발적 유산소 운동은 퍼질러 잘 거 다 자 놓고 어떻게든 지각만은 피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자 반복되는 시간의 대물림이다.
아이고~ 힘들어. 뛸 때마다 '내일부턴 진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다짐을 하건만 어찌 된 일인지 일 년 내내 이렇게 뛰고 있다. 그렇다고 달리기 하나로는 쏜살같은 시간을 다 쫓아갈 수 없기에 나는 비용과 시간, 탑승과 동선의 안락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경로를 짰다. 지하철-지하철 조합 보다 버스-지하철을 선택한 것도 수개월에 걸쳐 치밀한 발고리즘으로 계산된 결과다.
집과 사당역을 오고 가는 버스는 대략 열 대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스는 777번이다. 트리플 세븐. 번호 자체가 안 타고는 못 배길 정도로 매력적이다. 가히 대중교통계의 잭팟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도박 중독은 국번 없이 1336)? 돌침대도 별이 다섯 개가 좋다고 하듯이 이 버스도 이마에 럭키 세븐이 무려 3개나 박혀 있으니 타기만 하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 번에 여러 대의 버스가 오면 일부러-맨 뒤에 서 있더라도-777번을 골라 탄다. 한량처럼 무조건 재수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기왕이면.. 근데 재밌는 점은 사람의 마음이란 게 다 비슷한지 나처럼 777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는 것. 앞차 놔두고 왜 다들 뒤로 오냐구요오? 특히, 이 버스는 배차 시간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