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지배와 테크노크라트 - 식민지 협력의 본원적 메커니즘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1/05
"식민지를 지배하는 방식"(토머스 하이네, 『심플리치시무스』, 1904년)

기술지배와 테크노크라트 - 식민지 협력의 본원적 메커니즘 

1930년대 말의 제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관계와 상황은 매우 복잡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식민지 조선은 중일전쟁의 시작과 함께 촉발된 제국의 여러 결단들을 받아 안아야 했다. 미키 키요시가 주창한 ‘동아협동체’론으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동양론’과 총력전 체제에 접어들며 강력하게 추진된 포섭과 동화의 정책들은 모두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어떤 태도를 요구하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이 시기 전향한 카프 지식인들의 대일 협력 내용들은 사후적인 판단의 영역에서 당시의 문학사를 ‘암흑기’, 혹은 ‘공백기’로 서술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 전향 문인들이 보여준 태도와 입장은 그다지 단선적이지 않았다. 특히 많은 소설 작품과 문학론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표한 김남천의 경우는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는 식민지적 주체(colonial subject)의 고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문제적이다. 

이 글은 총력전 체제 당시 대일 협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지식인들의 과오를 김남천의 사례를 통해 구제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김남천 역시 제국의 논리에 적극적으로 복무한 전향한 대일 협력 지식인의 전형으로 보는 관점 역시 물론 틀리지 않다. 일제 말의 파시즘 시기 식민지 지식인이 처한 상황적 조건이나 자발성의 유무 등을 통해 협력의 강도를 측정하는 연구 성과는 많이 축적된 편이다. ‘국가’와 ‘국민’을 상정하고 행해졌던 일들을 일거에 봉합하려하거나 넘어서려는 시도 역시 계속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편협한 민족적 관점 혹은 역사를 어떻게든 분절하거나 연장하려는 차원에서 만들어낸 등식으로 식민지 문학사를 서술하는 방식은 그 자체가 또 다른 파시즘적 욕망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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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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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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