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다다르다 · 말 못한 이야기를 글로 담습니다.
2023/07/05
이번 생에 나는 문과라서

근무지 근처에는 지역의 유수한 인재들이 가는 과학전문 종합대학이 있고 나는 그 근처에서 그 비슷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여 약 십여년 간 직장 생활을 했던 문과 사람이다. 나는 문학, 언어, 예술, 철학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높은 인문 예술학 추종자며 결국 삶은 인문학으로 귀결된다고 믿는다. 이곳에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도 그것은 변함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과인과 문과인의 사고방식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언어학 중에서도 문법을 전공한 사람으로, 국어교육과 내에서도 이과적 사고에 비교적 가까운 전공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도 그러했다. 서른이 넘도록 이과인과 문과인의 차이에 관심이 없다가 늦게서야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두 집단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자각하면서 하루하루 새로운 삶을 대면하고 있다.

이과 사람 관찰기

이과 사람은 우선 복잡한 계산식 앞에 두려움이 없다. 

어떤 사안의 알고리즘이 다양해지고 경우의 수가 복잡해지면 문과 사람(나)은 대체로 사고를 포기한다. 예컨대 A와 B 두 사람이 서로의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C, D 등의 스케줄을 상호 조정해야만 A와 B의 스케줄이 조정이 될 때, 문과 사람은 '아, 이건 안 되나 보다' 하고 펜을 놓는다. 그런데 이과 사람은 이때부터 눈동자를 굴리며 투지를 불태운다. 어떻게 해서든지 해 낸다. A와 C를 우선 바꾸고 다시 B의 스케줄을 D와 조정한 후 나온 스케줄로 A와 B의 스케줄이 최종 조정되는 식이다. 그 모습에 일단 나와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 같은 무한 거리감이 든다. 어쨌든 그래서 내 결론은 '그들은 머리가 꽤 좋다'였다. 생전 관심도 없던 일반 물리학, 선형대수학, 기하와 벡터 등을 다룬 책들을 보면 별다른 이견 없이 그 결론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모든 학문에는 우열이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난이도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던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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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을 하며 한 세상의 한 아이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작고 여린 것을 사랑하며 관찰하며 글로 풀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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