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인간-기계'의 윤리, 식민지 테크노크라트의 본성 - 김남천, <길 위에서>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1/09
김남천, <길 위에서>

만들어진 '인간-기계'의 윤리, 식민지 테크노크라트의 본성 - 김남천, <길 위에서>  

<길 위에서>는 춘천에서 경성으로 돌아오는 중에 “뻐스가 빵꾸”가 나 발길이 묶인 ‘나(박영찬)’가 ‘K’ 기사를 만나는 것으로부터 내용이 시작된다. ‘K’ 기사의 종형과 “막역한 친구”였던 ‘나’는 ‘K’ 기사의 호의덕분에 대성리의 토목공사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경성으로 떠난다. 그 사이 ‘나’는 ‘K’ 기사가 “자라”를 만지작거리며 노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는 ‘K’ 기사는 하루 동안 몇몇 이야기를 나누다 사회주의자였던, ‘K’ 기사의 죽은 종형을 떠올리기도 한다. 결국 ‘나’는 ‘K’ 기사에게 “자라”를 몇 마리 얻어 들고 배웅하는 길에 우연히 만나게 된 ‘길녀’와 함께 “만원 뻐스”를 타고 경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특이한 점은 위와 같은 스토리와는 달리 작품은 ① 서울로 떠나는 장면이 먼저 제시되고 ② ‘K’ 기사와 ‘나’가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내용이 나오고 ③ 다시 서울로 떠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서울로 떠나며 ‘나’가 ‘K’ 기사와 겪었던 일들을 상기하고 깨닫는 내용이 핵심인 셈이다. ‘K’ 기사와 하룻밤 동안 나누었던 몇 토막의 대화는 마지막에 자라가 담겨있던 “깨어진 유리 쪼박”을 더없이 무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된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K’ 기사에게 테크노크라트의 면모는 어디서 어떻게 발견되는가. 다음은 <길 위에서>의 몇 대목이다. 
   
우리네가 사회운동에 물불을 가리지 못할 때 그는 중학교의 상급반으로 조용히 입학죽비에만 골돌해 있었다. 그의 종형이 세상을 떠났을 때 미아리묘지에서 보고는 지금이 처음인데, 동기가없고 친척이 많지않은 K 기사는 종형의 친구인 나를 여기서 만난것이 다시없이 반가웠는지도 알수없다.(231쪽) 

K와 같은 청년은 연세로는 불과 사오년의 차...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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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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