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일무이 성소수자 친구와 멀어진 이유

거북한거북이 · 이방인으로 살고 싶은 남한의 기자쟁이
2023/08/11
술자리 중에 화를 못 참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다. 30년 지기 남자 사람 친구와 그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였는데, 나를 제외한 세 사람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난 결국 참지 못해 자리를 박찼다. 그들은 성정체성이 다른 이들(게이, 레즈비언 등)을 "더럽다"고 표현하면서 "싫은 걸 어떻하냐"며 솔직한 감정을 얘기하는 것뿐이라며 나를 몰아세웠다. 

납득할 수 없었다. 성소수자들이 무슨 피해를 줬다고, 혐오를 정당화하는가. 그날 이후 나는 그 남자 사람 친구와 멀어졌다. 가끔 만나는 일이 있긴 해도, 쉽게 혐오를 표현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마음이 가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부정했던 성수소자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성소수자는 내게 책이나 화면에서 등장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날 내가 대화에 민감하게 굴었던 이유는 그 친구가 떠올라서였다. 

내 주변인 중 유일한 성수자인 그는 생물학적으로 여자인데 남자로 보이고 싶은 독특한 친구였다. 나와 내 친구들은 고교 시절 그를 이름 대신 그의 특성을 살린 애칭으로 불렀다. 그도 그게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가 왜 굳이 공학이 아닌 여고에 왔는지 여전히 알 길이 없지만, 그의 독특함과 고집이 나는 이상하게 좋았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원하던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남성 중심적 분위기가 다분했던 것인지 육사 측은 내 친구에게 “여자 같지 않아서 뽑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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