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독신] 이름을 둘러싼 모험: 기독교, 그리스도교, 가톨릭(ft. 개독교)
2024/04/26
내가 알고 믿기로 개신교는 본질상 심플하고 자유로운 신앙·문화전통이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나면 덕지덕지 껴입은 옷처럼 불편하고 구차해지기 쉬운 것도 개신교의 본질이다. 그럴 때 건강한 개신교는 잔소리 대신 ‘십자가로 돌아가자’라는 단순한 원리를 말한다. 십자가는 단순하지만 근원적이기 때문에 구차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종교개혁가들의 아름다운 점은 복잡하지 않고 스트레이트했다는 데 있다. ‘여기서 후퇴하면 다시 가톨릭의 ‘덕지덕지’ 의례(儀禮)로 돌아가고 만다.’는 경각심으로 신앙과 신학과 삶의 태도를 벼렸던 사람들이다. 개신교에는 야성(野性)의 전통이 있다. 진짜 신앙인에게는 ‘가오’가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기독교의 기독(基督)은 그리스도의 중국어 음차어 ‘基利斯督’에서 온 듯하다. 단어에 포함된 ‘기초[基]’와 ‘독실(篤實)’의 이미지가 그리스도의 성품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독은 영리한 번역이다. 그럼에도 기독은 올드하다. ‘christ’의 번역어로서 기독이 가지는 권위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스럽다. 사전적으로 그리고 중립적으로 ‘christianity’를 기독교로 번역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체감 현실은 그렇지 않다. ‘christianity’를 그냥 ‘크리스처니티’라 표현하는 것 자체가 번역일 수 있는 것은 기독교라는 용어가 다소간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시대에 기독교는 ‘christianity’를 포괄하는 단어일 수 없다. 현실적으로 기독교는 개신교에 한정되어 있다. 가톨릭은 그저 가톨릭이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칭하는 가톨릭 신자를 한 사람도 만난 적이 없다. 사전적이고 중립적인 용례는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한때 ‘christianity’를 기독교로 번역해도 그럭저럭 통용되는 평화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일단의 개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