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21장. 빈틈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15
그 애가 대학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당돌한 학생이었다. 나에게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라고 했다. 나는 화가 잘 나는 편이었다. 그리고 화도 잘 내는 편이었다. 그래서 어린 제자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랬다. 화가 난다고 해서 그것을 꼭 드러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표현 방법은, 꼭 분노가 아니어도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물론 지금도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노력은 하고 있다. 
   
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부정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성적 감정은 곧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라는 권사님들의 기도가 가슴에 콱 박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진짜 웃긴다. 성적인 감정은 죄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적인 감정을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죄악이 될 수도 있고,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제자가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을 약간 변형해서 표현하면, 성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썸 탄다’라는 말이 있다. ‘간 본다’라는 말과 같다. 광대가 외줄에서 팔을 흔들며 중심을 잡고 건너는 모습이 떠오른다. 아직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않은 사이에서 쓰는 말이다. 이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상대의 눈치를 잘 보아야 한다. 말도 행동도. 그렇지 않고 선을 넘으면 ‘희롱’이나 ‘추행’으로 간주되기 쉽다. 물론 연인 사이에도 상대의 ‘노(No)’를 ‘노(No)’로 받아들여야 한다. 잘못하면 연인에서 피고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교사들 가운데 친근감을 표시한다며 은근슬쩍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들은 모질지 못해 기분이 나빠도 적당히 허용하는 분위기가 크다. 그런 분위기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잘못하면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 현재 경기도 어떤 학교에서 그런 일로 남교사가 조사받고 있다. 그 교사는 30대 중반이고, 그가 ...
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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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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