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시민이 아니었던 사람들

김상현
김상현 · 평범한 글쟁이
2022/04/18
'관습 형법' 국방경비법

1948년 7월 5일. 미군정은 '국방경비법'을 발표합니다. '국방경비법'이란 당시 38도선 이남의 치안을 책임지던 '남조선국방경비대'와 관련된 법으로 지금으로 따지면 군대 조직에 적용하는 형법, 즉 '군형법' 성격의 법이었습니다. 이는, 1962년 대한민국 국회가 공식적으로 '군형법'을 제정할 때까지 한국에서 해안경비법과 더불어 유이한 군형법 중 하나였습니다.

이 국방경비법은 '관습 형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법인데요, 한홍구 교수의 '‘관습 형법’ 은 더 죽여주셨다'라는 글을 일부 인용하겠습니다.

‘국방경비법’이란 무시무시한 ‘거시기’가 있었다. 왜 하필 ‘거시기’라 했냐 하면 이름에는 ‘법’이란 글자가 들어 있지만, 도저히 법이라 불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악법도 법이냐”라는 해묵은 논쟁도 있지만, 이 거시기는 그 논쟁의 대상도 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죄형법정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으로 볼 때 이건 그냥 악법이 아니라 ‘법도 아니다’란 소리를 듣지만,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보안법이 국회에서 태어나는 과정을 목격했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보안법은 악법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방경비법이란 ‘거시기’는 악법 중의 악법 국가보안법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처음부터 법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틈에 법이 되어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을 법의 이름으로 처단했다. (이하 하략)

한홍구 교수는 이어 이 법이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상세히 설명합니다.
남조선국방경비대 [출처 : 한겨레 21]
이 법으로 처벌받은 사람들도 참 다양하다. 제주 4·3 사건 때 체포된 사람들 중 고등군법회의에서 이 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사형 384명을 포함해 모두 2530명인데 사형을 면한 사람들 대부분도 한국전쟁 당시 정부쪽에 의해 집단 학살됐다. ‘여순반란’ 사건의 수많은 관련자들이나 ‘여간첩’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김수임, 그리고 한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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