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증 까봐
2022/11/23
비자발적 전업주부와 시크한 바깥양반
2. 민증 까봐
초겨울의 캠퍼스는 쓸쓸했다. 제각기 학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열람실, 독서실 등지에서 바빴고, 늘 시끌벅적하던 광장도 추워진 날씨 탓에 인적도 드물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는 조금 남다른 연유로 바빴다. 연말에 있을 총학생회장 입후보를 위해 서명을 받고 있었다. 다만,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는 달랐다. 상대가 뭘 하는지 뻔히 알고 있지만, 일면식도 없고 입장도 다르다 보니 딱히 말을 걸 이유는 없었다.
오고 가던 학생들이 모두 수업에 들어갔고, 쉬는 시간이 되기 전까지 우리가 할 일은 없을 터. 넓은 광장에 단둘이 남은 우리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통성명이 있고 나이를 묻자마자 그녀는 내게 말했다.
“구라 치네, 민증 까봐.”
1n 년 전 나는 놀랍게도 지금과 외모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