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윤희에게>를 본 후.

김혜은
김혜은 · 의식의 타래를 마구 풀어내는 곳
2022/04/05
다수와 달라서,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혐오와 차별. 21세기 우리는 다름에 대한 ‘차별’을 지양하고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자는 말을 수없이 교육 받아왔고,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전히 이데올로기는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개인의 기억 속에서 나름의 상처로 깊게 뿌리 내린다. 영화 <윤희에게>는 ‘윤희’라는 인물의 일탈을 통해 그녀가 살아오며 견뎌야했던  차별과 무력감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어느 겨울, 윤희의 딸 ‘새봄’은 엄마에게 온 편지를 읽게 된다. 새봄은 편지를 보낸 ‘쥰’이 엄마의 첫사랑이자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임을 알게 된다. 새봄은 졸업을 앞두고 윤희에게 일본 여행을 제안하고, 모녀는 눈이 가득 쌓인 오타루로 떠난다. 새봄은 엄마의 상처와 아픔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위로하고, 윤희는 쥰에 대한 재회의 기대를 안고 딸과의 추억을 쌓는다. 새봄의 계획으로 윤희와 쥰은 거리에서 마침내 재회한다.
윤희가 한국에서 낯선 타지인 오타루로 이동할 때, 관객들은 카메라가 비추는 풍경을 내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한 윤희의 일탈은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를 직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창밖에 비치는 풍경을 바라보는 새봄, 쥰의 집 앞에서 망설이는 윤희, 텅 빈 거리를 걸어가는 윤희의 뒷모습, 윤희가 담배 피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새봄. 이런 이미지들은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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