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여기서 일그러진 영웅에 대해 나는 주인공 한병태가 자신의 비겁한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영화 속 엄석대의 모습은 그 누구도 대항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대 권력자의 모습이다. 같은 반 동급생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하고 명령한다. 모든 것이 엄석대라는 ‘급장’의 명령에 따라 통제된다. 흡사 역사 속에서 자주 회자되는 ‘독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김선생(최민식 배우)이 엄석대를 체벌하고 반 아이들 앞에서 엄석대의 권위를 무참히 짓밟자 아이들은 언제 엄석대에게 순종했었냐는 듯이 엄석대를 누구보다 신랄하게 증언하고 저주한다. 나는 영화 속에서 독재자와 같은 엄석대의 영향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엄석대의 권력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었는지 깊게 생각해봤고 현실 사회에 대비시켜 ‘시민의 속성’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한병태는 서울에서 강원도 시골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항상 주목받으며 살던 멋드러진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는다. 서울에서는 적어도 자신이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훌륭한 학생으로 주목받았었다. 하지만 전학을 온 이후 주목은커녕 같은 반 급장의 질서에 순응하기를 강요받으며 갈수록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 한병태는 자신의 진면모를 알아주지 않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미웠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주목 받지 못 하는 이유가 ‘급장 위주의 반질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의 부당함을 폭로하고 그 질서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급장의 위력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선생님의 전폭적인 신뢰를 독차지하고 반 아이들을 쥐락펴락한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전혀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급장 위주의 질서를 옹호하고 순응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 영화는 초반에 이러한 급장 엄석대의 독재에 저항하는 한병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병태의 저항은 3단계에 걸쳐 일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