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테러의 정당성에 대해 - 브래디 미카코 저 <여자들의 테러>를 읽고

장재영
장재영 · 작가, 초등교사
2023/03/12
테러란 모두 극단적인 것이라고 여기며, 테러를 자행하는 이들을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이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으리라. 하지만 ‘어떤 테러’의 목표는 정당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유일한 방법으로 ‘테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의 처지를 헤아릴 수 있다면, 우리는 이들의 삶에서 현재를 성찰하게 할 위대한 정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이미지 출처 : 예스24 (출판사 사계절)
 
책 <여자들의 테러>(브래디 미카코/노수경 옮김, 2021, 사계절)는 100년 전 조선, 영국, 아일랜드에 살았던 세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나키스트 정신을 추구했던 가네코 후미코, ‘매드 에밀리’라 일컬어졌던 서프러제트(여성 참정권 운동가) 에밀리 데이비슨, 독립을 위한 전투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마거릿 스키니더. 이들은 역동의 1910년대를 거침없이 돌파해 나가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 디지털세종시문화대전
 
가네코 후미코는 1900년대 초 조선과 일본을 오가며 짧지만 강렬한 족적을 남긴 여성이다. 영화 ‘박열’을 통해 배우로서 극찬받았던 최희서가 연기했던 역이 바로 이 가네코 후미코다. 가네코 후미코는 태어나자마자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삶을 시작해야했다. 무호적자였기 때문이다. 딸을 돌볼 여력도, 의지도 없었던 어머니, 딸을 오로지 착취하려 했던 아버지와 가족들 속에서 그는 어떻게든 발 붙이고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떤 곳에서도 평온을 기대할 수 없었던 그의 삶은 차갑고도 또렷한 정신을 키워낸 배경이 되었다.
그는 일찍이 ‘계급 도덕’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원리 중 하나임을,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약자 또한 자발적으로 강자에게 예속되도록 추구하게 만드는 원리임을 간파했다. 

“약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강자에 대한 굴종의 약속이 소위 도덕입니다. (중략) 지배자는 언제나 이 도덕을 더 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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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일터를 좋아하는 초등교사이자 비건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비거니즘, 소수자 인권, 기후 정의, 성교육 등 교육이 말하지 않는 것을 탐구하는 일에 열의가 있다. 성평등, 인권, 생태전환교육 등을 주제로 아동청소년, 교원, 양육자, 시민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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