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현친구] 자유로운 비은이를 봐, 자유로워

무영현 · 세상 곳곳과 영화와 야구를 사랑합니다
2024/01/16
스물에 처음 만난 대학 동기 비은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박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그 애에게 나는 대뜸 서문시장에 같이 놀러 가자고 말을 걸었고, 비은이는 덥석 따라왔다. 내가 맥락 없는 만남을 제안할 때―자취방에서 함께 공포 영화를 보자거나, 울산의 우리 엄마 집에 놀러 오라고 하거나, 추석 연휴에 뉴욕으로 놀러 가자고 할 때, 비은이는 언제나 함께해 줬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여행하는 것을 즐기고, 20대 중반의 나이부터 사업을 이끌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파격을 선언하는 그 애. 고향인 포항을 닮은 듯 때로는 잔잔한 해수면처럼, 때로는 강한 파도처럼 요란하게 살고 있는 비은이가 늘 궁금하다●

비은이, 27세. ⓒ본인 제공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잘 안돼? 과메기 일 때문이야?
응. 요즘은 매일 열두 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다. 과메기는 겨울에 가장 많이 팔리거든. 제일 추울 때가 시즌이라 매출이 많아.

왜 과메기는 겨울 음식으로 여겨지는 거지?
날생선을 그냥 말린 음식이니까, 회 같은 느낌인 거야. 택배로 보내야 하는데 여름에는 신선도나 비린내 정도나, 여러 가지가 비교적 떨어지잖아. 손질도, 수입 꽁치를 사서 다 냉동해 놨다가 겨울 딱 되면 그때 손질하기 시작해. 여름에 하면 상해버리니까. 근데 재밌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먹는 과메기 사랑꾼이 있다는 거지. 요청 사항에 ‘아이스팩 왕창 넣어주세요’ 하면서. 진짜 말 그대로 매일 시키는 사람도 있다? 정말로 매일 시켜. 우리 집이 받는 하루 주문량만 수백 건 되니까 아무리 맨날 시켜도 눈에 잘 안 띄거든. 근데 그런 단골손님 중에 또 이름이 특이한 분이 계셔가지고 이름 볼 때마다 내적 친밀감이 들어. 오늘도 시키셨네―하고. 하하.

비은이네 회사에서 판매하는 과메기.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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