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스마트폰을 자꾸 남편에게 맡기는 이유

백세준
백세준 · 사회복지 연구활동가
2023/05/17
나는 외출할 때 손에 뭘 들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주머니에 쑤셔 박고 두 손은 자유롭게 있는 상태가 좋다. 내가 찬양하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는 마치 도라에몽처럼 챕스틱과 같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서래(탕웨이)는 해수의 주머니 이곳저곳 뒤지며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내게는 뭔가를 들고 다닌다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와이프는 외출을 할 때면 자꾸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나에게 맡겼다. 잠시만 들고 있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계속. 이미 내 주머니는 물건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넣을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나는 와이프의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이럴 줄 알았으면 내 짐 하나를 덜 들고 나왔지). 곱씹어보니 꽤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와이프는 나와 마찬가지로 외출할 때 짐을 최소화한다. 그 흔한 핸드백 메는 것도 싫어하고 지갑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카드는 낱장으로, 거기에 스마트폰이면 충분하다. 연애 초기에는 지갑과 핸드백을 사달라는 무언의 압박이자 시위라고 생각을 해서 선물로 준 적도 있었는데, 내 성의를 봐서 그런지 며칠 들고 다니더니 이내 기존 방식대로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브랜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하고 조금 더 고가의 지갑과 핸드백을 알아보았으나 '아니야, 이 여자는 원래 이런 사람인 거야. 그래서 안 들고 다니는 거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구매를 포기했다(절대 비싸서 그런 건 아니다. 돈 굳었다고 절대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카드 낱장 2장과 스마트폰을 와이프는 꼭 손에 쥐고 외출했다. 그렇게 비싼 스마트폰도 아니고, 카드를 잃어버려 습득한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결제를 하려고 해도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돈밖에 들어 있지 않은데 뭐가 저렇게 소중한지 손을 떠나는 법이 없었다. 와이프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책 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여성에게는 공감, 남성에게는 공부

영국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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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이전에 축구를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지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논문, 연구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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