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Cleopatra)의 피부 색

이영록
이영록 · Dilettante in life
2023/04/22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 그렇다. 가장 유명한 클레오파트라, 즉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와 연애한 그 마지막 고대 이집트 여왕 - 아프리카계 혈통의 배우를 주역으로 뽑았다고 한다.

  Netflix; Queen Cleopatra

  역사적으로 클레오파트라가 흑인이라는 가설은 사료에 남은 주변 정보와 맞춰 볼 수 있다.

  1. 클레오파트라가 속한 왕조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였음. 창건한 사람은 알렉산드로스 메가스(알렉산더 대왕)의 장군 중 하나였으며, 당연히 역사적으로 '백인'이었다.
  2. 이 왕조는 근친 결혼으로 유명했다. 오누이끼리 결혼했다는 것. 공식적으로는 우리의 '클레오파트라'도 마찬가지다. 
  3. 클레오파트라의 피부색에 대해서는 자료가 전혀 없다. 특히 피부색을 언급한 사료가 아무 것도 없다. 머리 색도 그렇다.
  4. 용모는 현재까지 남은 화폐와 석상에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가장 신뢰도 높은 것은 아래 두상인데, 카이사르가 죽기 전 클레오파트라는 아들 카이사리온과 함께 로마를 방문해서 카이사르가 죽은 뒤 얼마 뒤에 이집트로 돌아갔다. 운 좋게도 그 때 남긴 두상이 아래 사진으로 추측된다.
source; https://en.wikipedia.org/wiki/Cleopatra
  화폐들은 평면적이고 사용하면서 닳기 때문에 신뢰도가 좀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 이 두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통적으로 미간이 눈에 비해 한참 튀어나와 있다.
source; https://www.youtube.com/watch?v=jRJe99IipC4

  사실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을 묘사한 사료에서 제일 잘 알려진 부분은 '높은 코'고, 위 두상과 화폐들은 그 묘사에 대체로 맞는다.  그런데, 위 두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아프리카계 사람들'을 별로 연상시키지 않는다.
  그녀의 혈통에서 불분명한 부분은 (부계) 할머니다. 아마 공식 부인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에 아프리카계 혈통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외 부모는 통상적 '백인'의 범주에 들어가므로, 최소한 백인 혈통이  3/4는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설사 할머니가 완전한 아프리카계였다 해도, 피부색이 약간 짙다는 정도지 아주 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로마인들이 그녀의 아버지 프톨레마이오스 12세 '아울레테스(Auletes)'와 클레오파트라 당사자의 얼굴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누구도 피부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둘의 피부색이 (다른 그리스인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시콜콜한 데까지 적은 편지가 많이 남은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도 이런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동영상에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을 재현하는데, 위의 두상을 기준으로 머리 색을 검정과 갈색 두 가지로 표현했다.  동영상에서도 그리스와 오리엔트 부근의 백인들은 대체로 검은 머리가 많다고 하므로 아마 검을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내가 하나 궁금한 점이라면, 넷플릭스의 'Queen Cleopatra'는 왜 다큐멘터리라 했을까? 차라리 그냥 창작이라 했다면 욕은 안 먹을 것 아닌가.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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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夫란 nick을 오래 써 온 듣보잡입니다. 직업은 공돌이지만, 인터넷에 적는 글은 직업 얘기가 거의 없고, 그러기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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