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얼 프레스, <더티 워크>를 읽고: 위험, 책임, 그리고 부조리의 외주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우리 헌법에 그렇게 적혀 있어서 우리가 평등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인간을 평등한 존재라고 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모두 평등해야 마땅하다. 물론 현실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경험으로 알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있고, 태어나서부터 만인의 축하를 받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죽음조차 평등하지 않다. 젊은 모 연예인의 사망사건은 온갖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산업재해로 죽는 수많은 청년노동자에 대한 보도는 그리 주목받지 않는다. 사실 우리의 일상은 후자에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데도.
몇 달쯤 전에 친구가 <더티 워크>라는 책을 추천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내 생활이 조금 힘들어서 그런지, 괜히 무겁고 어려운 내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조금은 무거운 내용을 다루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저자가 실제 취재한 사례를 바탕으로 책이 쓰인 덕에, 글은 술술 읽혔다. 하지만 괜히 마음 속에 부채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이런 책을 읽고 설명하기 어려운 부채감을 느끼지 않기가 어렵다. 어쩌면 저자의 의도는 독자에게 그동안 우리의 일상을 지탱한 '더티 워크'를 애써 외면한 것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더티 워크'는 물리적으로 더러운 일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더티 워크'는 흔히 말하는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까지 포함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취재한 사례는 교도관, 정찰드론을 운용하는 군인, 도축노동자, 석유 시추선 노동자 등이 있는데, 이들의 일은 3D업종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윤리적인 문제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가령, 미국의 열악한 교도소 환경에서 교도관은 재소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