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언
윤재언 인증된 계정 · 일본/한국/동아시아 연구자
2022/12/23
김준일 대표님,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비교적 최근(1993년 중의원 총선거)까지 중선거구제(일본에서 중선거구제라 불러왔기에 아래에서도 중선거구제라 하겠습니다)였던 일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논의해볼 포인트가 많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정치 개혁' 바람 속에 중선거구제가 '돈 선거, 이익 선거, 파벌 선거'의 적폐로 몰려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한 편으로는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아래에서 소개드리는 건 주로 일본 사례고, 아시다시피 현재 세계적으로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나라가 많지 않다는 점을 우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런 면에서 몇 안 되는 일본의 경험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과의 정치적 경험차(민주화)나 자민당 독주와 같은 문제점도 있으니 모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덧붙입니다.


1.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필요

대표님께서 지적하셨듯이, 기본적으로 중선거구제는 비례성을 높여서 사표를 줄이는 효과를 갖습니다. 한 사람만 뽑히는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당연히 상당히 많은 수의 '사표'가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이 '사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표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생각 차이는 나라별로 다르고, 한국에서는 주로 진보진영에서 사표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 지점에서 중선거구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먼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함께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표를 줄이는 방향의 제도 개혁(중대선거구제가 됐든, 비례대표제가 됐든)이 필요하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막대한 사표가 발생하는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의회의 권한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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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경제신문기자로 일하다, 현재 일본 도쿄에서 연구자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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