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2/07
  마스크를 처음으로 종일 쓰고 있던 날을 기억한다. 장례식장에서였다. 코로나가 막 한국에 상륙해 한창 뒤숭숭한 시기에 시할머님이 돌아가셨다.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남편과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마스크는 기본값이 아니었다. 마스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왕좌왕할 때였다. 그렇지만 장례식장에서는 써야만 했다. 여러 사람이 오가는 곳인데다, 장례를 치르는 사람이 전파자가 될 수는 없었기에.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이 더 많을 때라, 장례식장 입구에서 마스크를 손님들께 일일이 나눠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상복을 입고 종일 마스크를 낀 채 있었다.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우선 상대의 입 모양이 보이지 않으니 대화를 하면서 서로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온통 시댁 식구들인지라 한번만 더 말해달라 거듭 부탁하기가 좀 꺼려졌다. 반은 듣고 반은 못 알아들은 채 사흘을 보냈다. 마스크 줄이 당기는 힘 때문에 시간이 좀 흐르니 귀도 아파왔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로 인한 여파는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다. 여러모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 마스크를 몇 달만 쓰면 될 줄 알았다. 코로나가 대체 뭔지 몰라 전 인류가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아주 작은 특성도 낱낱이 보도가 되던, 모든 게 불명확한 시기였다.

  그로부터 삼 년이 흘렀다. 시할머님의 세 번째 기일이 코앞이다.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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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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