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드와 글쓰기
2023/01/13
‘수비드(sous-vide)’라는 조리법이 있다. 재료를 비닐에 진공상태(sous-vide)로 밀봉해 미지근한 물로 오랫동안 데우는 방식이다. ‘미지근한 물’은 55℃에서 70℃ 정도이며, ‘오랫동안’은 2시간에서 72시간을 뜻한다.
처음 수비드 조리 영상을 봤을 때는 의심을 거두기 어려웠다. 고기는 모름지기 강한 불로 순식간에 지져서 익히는 것인데, 긴 시간도 시간이며 물도 안 끓는 온도로 고기가 익는다니 말이다. 그러나 시도해본 이들이 반복해서 말하길 '재료의 향이 살아있고 수분이 가득해 부드러움의 차원이 다르며, 무엇보다 타거나 덜 익는 조리의 실패가 없다'고 한다.
문득 생각하니 수비드는 글쓰기와 닮았다. 강렬한 영감에 휩싸여 신들린 듯, 밤을 새워 써내는 글을 동경할 때가 있었다. 그것이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