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복을 받으라는 말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2/01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흔히 하는 시기인데, 나는 이 인사를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여유도 없고 성격도 꼬인 탓이 크긴 하겠지만, 평화롭게 잘 살며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의심할 이유가 없던 시절에도 이 인사를 좋아한 기억이 없다. 물론 남들이라고 정말 새해가 온 것이 너무 기뻐서 어쩔줄 몰라 쩔쩔 매다가 새해가 되면 비로소 여기저기 인사를 해대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냥 그런 인사를 하는 시기가 되었으니 할 뿐이다. ‘안녕하세요’가 정말 별일 없이 안녕하셨는지 진심으로 묻는 게 아닌 것처럼.

그러나 나도 익숙하게 평생을 써온 ‘안녕하세요’와 달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지금까지도 익숙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쓰고는 있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남의 문화를 흉내내는 듯한 거부감이 따라다닌다.

이 기묘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나마 엇비슷한 예가 있었다. 바로 “Bless You”다. 이것은 서양권에서 재채기를 한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로, 영화에선 보통 직접적인 뜻 대신 ‘감기 조심해’ 정도로 의역하는 듯하다. 한국에는 없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문화를 전혀 모르고 살다가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후배를 알면서 체험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만 신기하고 재미있었고, 이후론 은근히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일단 재채기는 다소 비위생적인 생리 현상 중에서도 사람이 의지로 조절하기가 아주 어려운 행위인데 굳이 모르는 척 넘어가지 않고 인식했음을 알려주는 게 꺼림칙하다. 비록 그 내용이 건강을 염려하는 것일지라도 달갑지 않다. 뻔히 소리가 다 들리는 화장실에서 푸드덕거리고 설사를 하고 나온 친구에게 속이 안 좋으면 약을 좀 챙겨주겠다고 해주는 게 반드시 매너있는 행위는 아니지 않은가? 방귀나 트림은 사람이 참을 수 있는 행위고, 따라서 숨기는 게 매너인 만큼 옆에서 언급하고 타박하는 게 이상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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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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