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 사는 사람들
2023/01/18
실직과 함께 노숙자가 되는 일터에 사는 사람들
2005년 대비 2020년 20배 가까이 증가해서 16만 명
공장 옆 컨테이너 하우스, 건설 현장 임시 숙소, 농막, 중국집 주방 옆 쪽방, 교회 옥탑방
65%가 실직 시 주거 대책이 없는 사람들
대학 입학 전 겨울 저는 당시 한참 건설 중이던 목동 신시가지 현장의 함바집에서 두 달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카운터와 배달 및 소소한 일들을 했는데 근무시간이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였죠. 아침 첫차를 타도 제 시간에 출근하기 힘들었는데 더구나 함바집은 건설 현장 한 가운데. 버스를 갈아타고 내려서 30분을 걸어야했고, 밤 11시에 퇴근하면 막차도 끊긴 상황이었습니다. 도리 없이 일하는 동안 함바집 옆 작은 방에서 자게 되었죠. 이른바 ‘비주택거주자’의 생활을 두 달 정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일시적 ‘비주택거주자’ 생활을 몇 번 더 경험했지만 이른 바 ‘일터의 일부 공간’에서 거주한 것은 그 때가 유일했습니다.
그곳의 ‘비주택거주자’는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오전 5시에 시작하는 건설현장은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일을 멈춥니다. 공사 현장 곳곳에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숙소가 들어섰고 건설노동자들은 그곳에서 일이 끝날 때까지 살았습니다. 야간 근무는 시급을 1.5배로 주고 밤 10시가 넘으면 2배가 됩니다. 더구나 공사 현장에선 일정 분량의 일을 끝내면 그에 대한 임금을 쳐주는 방식(돈내기라고 합니다)도 많았죠. 많은 노동자들이 오전 6시에 시작해서 밤이 이슥해서야 일을 끝냈습니다.
덕분에 저도 일거리가 태산이었죠. 아침을 먹으러 오는 노동자들을 상대하고, 아침과 점심 사이 참을 배달하고, 다시 점심, 그리고 참, 저녁 7시 정도부턴 술집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나마 밤 10시면 문을 닫으니 정리를 끝내면 11시에는 잘 순 있었습니다. 일이 끝나면 함바집 주방 한 켠에서 씻고...
청년들이 지옥고에 산다고, 반지하/옥상/고시원이 거주지라며 불쌍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데 화가나던 게 벌써 6~7년 되었네요. 프레임은 모두는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이제 맞아들어가는 팩트가 되어버린 오늘, 문득 그게 또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대의 취약계층에게 다 해당되는 문제였다는 게 새삼스럽네요. 작년 폭염가운데, 차에서 생활하다 가셨다는 어느 중년남성의 사례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