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왜 '읽는가'
2022/06/15
[문학 속 한 장면] 리베카 솔닛 作, <멀고도 가까운>
연결, 감정이입
“제가 읽은 가장 구체적인 잠언이에요. 허공에 뜬 구절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글은 노동하는 여성만이 쓸 수 있어요. 지성과 통찰은 약자가 가질 수 있는 힘입니다. 읽기가 사는 고통을 덜어준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외로움도, 죽고 싶은 마음도 진정시켜 줍니다. 읽기만으로 연대할 수 있다고 믿어요.”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반비, 책 뒤표지
리베카 솔닛(Rebecca Sonlit)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에 대한 여성학자 정희진의 추천사다. ‘연대’ 또는 ‘연결’은 이 책의 중심 주제다. ‘붉은 색 실’이 그려진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은 이 점을 잘 드러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이해, 소통은 가능한가?” 우리가 문학 작품을 찾아 읽는 이유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은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 사이 연결과 연대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회의적인 태도로 그런 건 가능하지 않으며 가능하더라도 일시적이거나 착각이고 기만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한 사람의 믿음이나 입장도 줄곧 똑같지는 않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입장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변한다.
리베카 솔닛은 ‘연대는 가능하다’고 믿는 입장이다. 여러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솔닛의 ‘연대는 가능하다’는 믿음의 바탕에는 ‘감정이입(empathy)’이 자리한다. 감정이입은 솔닛 버전의 연결 전략이다. 자주 들어본 단어라 뻔하다 여길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설명과 예시들 그리고 작가 자신의 경험들은 무척 인상적이다.
교수, 평론가, 시인, 라디오 DJ, 작가, 전문 연구원, 기자,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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