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수
2022/04/12
사실 작별의 날이 다가올수록 슬퍼하지 않는 나에게 곤란하던 참이었다.
집안의 가장 높은 분이었기에 그분의 말씀은 압도적 법이었고, 거역할 수 없는 압박과도 같았다. 그분 앞에서 쩔쩔매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예와 도리의 무력함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어릴 적 나에겐 어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애정이 담긴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분은 단 한 번도 나에게 동그란 마음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온종일 평가받는 기분, 자랑이 되지 못한 존재의 씁쓸함.
그분의 눈빛은 항상 날이 서 있었고 그 앞에서 나는 몸의 중심부터 얼어붙어갔다.
그래서 그런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나의 기분은 예상과 같이 평온했다.
애정을 받지 못했다는 핑계로 불효가 합리화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마음이 그러한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