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내 친구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2/10/05
어수선한 고3 교실. 조용히 워크맨에 이어폰을 연결한 후 양쪽 귀에 끼웠다. 저녁 시간에 밥 먹으러 집에 다녀오는 대신, 앨범을 파는 가게에 들러 새로 나온 테이프를 두어 개 샀다. 그중 하나를 워크맨에 꽂아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낯설지만 잔잔한 전주가 흘렀고 가수의 미성이 귀를 타고 흘렀다. 노래를 듣는 내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왜 눈물이 나는지도 몰랐는데 4분 43초 동안 노래가 진행되면서 점점 참을 수 없을 만큼 감정이 터져 올랐다. 조용한 야간자습시간 나는 끅끅거리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친구들은 울고 있는 내게 놀라서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힘들어?” 나는 대답했다. “이 노래가 너무 슬퍼...” 내 말에 친구들은 “아유 깜짝이야. 너 죽는다 진짜.” 라며 짐짓 주먹 쥔 손을 들어 보였다.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들으려고 리와인드 버튼을 눌렀다.

   테이프가 감겨서 처음으로 돌아가고 다시 노래가 재생되었다. 어김없이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체 내가 왜 울고 있는 건지 나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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