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워커의 오늘] 욕 한바가지 그리고 맥주 한모금
2022/12/27
인지증(치매)을 껴안고 독립적으로 그리고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면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는 생활 공간인 이곳. 일본의 한 인지증대응형 공동생활개호(이른바 그룹홈)에서 케어워커로 일하며 발견한 장면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자주 하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형제자매 사이에서 경험한 차별로 인한 궁금증은 아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부모님은
자녀들의 각각 서로 다른 구체적인 장점을 발견해 표현해주는 분이셨다고 할까요.
실은 제가 그랬습니다.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자매들 속에서도
진짜 덜 아픈 손가락,
좀 아프다 싶은 손가락,
그리고 쓰리게 아픈 손가락도 있었기때문에
유독 정이가는 손가락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지요.
손가락 하나
감정을 가진 사람인지라,
손가락의 통증은 또 다른 장면에서도 느끼는 바입니다.
우리 인지증대응형 공동생활개호(그룹홈)에서
열 일곱분의 어르신과 생활하는 가운데,
매일매일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합니다.
인지증은 참으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안절부절이란 이름으로, 때로는 짜증이란 이름으로,
그 외에도 무관심, 거부, 우울, 방랑 등으로도 나타납니다.
자해나 공격이란 단어가 뜰 때에는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입니다.
우리 어르신이 뾰족하게 벌이는 행동들이
인지증이라는 병으로 인한 반응인 줄은 알면서도,
마음에 스크래치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용자들 중에 뒤에서 남 걱정을 자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오오세상이 그렇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주무시는 시간, 혼자 조용히 방에서 쉬고 싶은 시간,
볼 일이나 목욕을 하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리빙룸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요.
이곳에서, 항상 같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수다를 떠는
오오세상과 양 옆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오오세상은 욕쟁이할머니입니다.
왼편의 A상이 화장실에 가서 자리를 비우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