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업가의 무연고 죽음
2023/02/01
설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인 1월 25일,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대식(가명) 어르신께서 돌아가셔서 장례 소식 전합니다. 지난해 12월 30일에 집에서 돌아가신 채 발견되었고, 연고자 장례의사를 확인하느라 늦어졌습니다. 무연고 장례로 홈리스행동에서 내일 치르려고 합니다."
대식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어르신을 찾아뵙는 걸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못했던 걸까. 나를 딸처럼 아끼던 분을 이렇게 보내드리면 안되는 건데. 하지만 슬픔과 자책보다 나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죽음 그 이후였다. 홀로 숨졌고,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가족을 기다렸으나 결국 무연고 장례를 치른다는 것, 대식 어르신이 생전에 가장 피하고 싶어했던 죽음이었다.
내가 아는 대식 어르신
나는 그를 20년 전, 노숙인 단체가 운영하는 쪽방에서 만났다. 50대 후반 정도인 그를 어쩐 일인지 사람들은 모두 '어르신'이라고 불렀다. 그는 항상 똑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동료들에게 일을 나누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대식 어르신은 사업가였다. 23년 동안 주물공장을 운영했다. 사업은 번창했고 수출 물량도 많았지만 IMF가 터지면서 회사는 부도를 맞았다.
"사업이 잘되면 공장도 넓혀야 하고, 기계도 들여와야 하는데 이게 전부 다 은행돈이라고. 은행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돈을 빌려 쓰라고 하면서 모범업체 간판까지 걸어줬는데, IMF 터지곤 나몰라라 하면서 딱 문을 닫어 걸더라고. 부도를 16억 맞았는데 회사돈 해서 6억정도 해결했어도 은행이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니 손 쓸 수가 없었던 거지."
어르신의 평안한 안식을 빕니다..
마지막을 함께 해 주신 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어르신의 명복을 빕니다.
명복을 빕니다.
앞으로 더 늘어나겠죠. 프랑스에는 공무원이 무연고인 사람들 장례식 전담하는 직책도 있다고 하더군요. 어느 프로그램에서 프랑스 영화 리뷰로 소개 받았는데....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내용이 인상적이더군요. 그런데 그 공무원 역시 1인 가구였고 갈 때 혼자였다는.....
삶에서 배제되고, 죽음 마저도 배제되는 현실...과연 어찌해야 하는가 묻고 또 묻는다...
삶에서 배제되고, 죽음 마저도 배제되는 현실...과연 어찌해야 하는가 묻고 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