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건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

정지우
정지우 인증된 계정 ·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2/12/16
아파트에 살던 어린 시절, 경비실은 우리에게 작은 아지트와 같은 곳이었다. 경비 아저씨는 인사성 밝았던 우리 남매에게 유난히 잘해주었다. 경비실에 가면, 아저씨는 늘 초코우유나 과자 같은 것을 주곤 했고, 경비실의 소파는 우리 차지였다. 부모님이 늦게 오시거나 집에 없을 때는, 경비실에서 아저씨랑 한참동안 같이 TV를 보면서 놀기도 했는데, 아마 우리에게는 이모부나 삼촌 보다도 훨씬 가까운 이웃어른처럼 느껴졌던 듯하다. 

우리 남매는 확실히 이상할 정도로 인사성이 밝은 데가 있었는데, 멀리서부터 경비실이 보이면 목청껏 "안녕하세요!"를 외치면서 90도로 인사를 꾸벅하며 걸어가곤 했다. 둘이서 손을 잡고 단지 내를 걷다보면, 아는 어른들이 참으로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렇게 큰 소리로 고개를 꾸벅꾸벅 하며 인사를 했던 것이다. 아마 그렇게 열심히 인사를 하면 받는 칭찬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나중에 경비아저씨가 바뀔 때는 무척 슬퍼서 동생은 엉엉 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달라진 경비 아저씨랑도 금방 다시 친해져서 우리는 그 동네에서 그렇게 또 아저씨랑 친하게 지내며 경비실을 드나드는 특권을 누렸다. 생각해보면, 경비아저씨도 엄연히 이웃 어른이었고, 그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였고, 우리에게는 그를 넘어서 친구 같기도 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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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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