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바빴던 2,30대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라는 말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었다.
각자 일하느라 바빠 서로 연락할 사이도 없는 상태이니 열심히 살아가는 그 자세가 기특해서
어느 친구가 뜸한 연락을 탓하면 저 말을 핑계 삼아 내뱉곤 했었다.
다들 그렇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영역에서 맡은 일들을 꾸역꾸역 잘 해내고 있으리라 그렇게
믿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즈음에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주변인들을 만나보면 그동안의
무용담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쏟아져 나왔었다.
그렇게 건강한 모습들이 변하지 않는 이야기이고, 그들은 늘 나의 곁에 있을 것이라는 물색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화살 같이 흘러가는 시간은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음을 반백년을 보내고 몇년을 조금 더 얹은
지금에서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 사이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닌 나이가 되어 있었고, 주변인들이 머물고 있던 자리는 하나 둘
비어져 가고 실체없는 추억들만이 텅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떠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