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11] 수라, 사랑 노래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3/04/27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과거 참여해온 사람들이라면, ‘새만금’이라는 이름은 각별한 회한과 슬픔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제 그마저도 흘러간 강물처럼 희미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만.
(영화 '수라' 한 장면. c. 황윤)
지난 주에 황윤 감독의 영화 <수라>를 보았습니다. 자연의벗연구소와 저희 사회적협동조합한강, 노을공원시민모임 그리고 중랑천환경센터가 함께 공동 시사회를 연 덕분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서야 수라가 새만금에 있는 갯벌 지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여전히 새만금을 잊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거기, 아직도 지킬 것이 있었나?
(지난 4월 20일 몇몇 단체들이 관객이 만드는 수라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저는 새만금 하면 우리 엄마가 떠오릅니다. 엄마는 저의 아이를 키워주시느라 오래 서울살이를 했습니다. 2006년 새만금 마지막 공사가 한참이던 때, 환경단체들은 새만금을 살려달라는 SOS 퍼포먼스를 했어요. 저는 당시 시간이 안 되어 엄마더러 가주십사 부탁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사람 수를 보태고 싶어서 그랬지요. 엄마는 선선히 가시겠다 했고, 낯선 이들 (대부분 엄마보다 훨씬 젊은 이들) 사이에 끼어 버스를 타고 새만금을 다녀왔습니다. 

그 날 따라 날씨가 몹시 추웠습니다. 갯벌 한복판에 모인 사람들에게 찬 바람이 여지없이 파고 들었다고 해요. 엄마는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새만금을 살려내라고 목청을 높이셨습니다. 너무 추웠던 날이라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무척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추위에 떨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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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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