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여유와 시 한 편의 여유

김형찬
2023/04/29
“가슴이 쿵쾅 거리고 머리가 아파서 너무 힘든데 혈압 한 번만 재주세요.”   

물 한잔 드리고 자초지정을 듣는다. 친구들과 다 같이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분위기 있게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고 한다. 평소 커피를 마시면 가슴도 뛰고 잠도 잘 못자는 편이라 조심했는데, 오늘은 모든 것이 너무 좋아서 커피의 유혹을 견디지 못했다고. 한숨 돌린 후 혈압을 재니 정상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심장을 편하게 하고 긴장을 풀어 내는 치료를 하면서, 다음에는 그런 날 허브티나 홍차를 드시길 권했다.
   
언제부터인가 “차 한 잔 할래?”라는 말은 “커피 한잔 할까?”라는 말이 되었다. 정말 많은 커피전문점이 생겼고, 생소한 이름의 커피들도 등장했다. 광고 속에서는 로맨틱한 배경으로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감미로운 미소를 띤 남녀 배우들이 커피 한잔을 마시라고 손짓한다. 친구와 연인을 만나거나 왠지 무료하고 지칠 때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을 갈 때도 사람들은 커피를 챙기고, 들판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도 종이컵에 타서 마시는 믹스커피 한잔을 즐긴다. 모든 게 빠른 대한민국의 특징을 반영이라도 하듯 커피는 어느 순간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커피는 아라비아 지역에서 처음 음료로 발전한 것으로, 초기에는 약재로 이용될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 활기를 주고, 정신을 맑게 하고, 졸음을 없애는 용도로 이용되었는데, 특히 종교적 이유로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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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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