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비밀계정> : 주눅 든 나를 일으켜 줄 오늘의 편지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26

"Girls can do Anything", "Girls support girls",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자매들의 입에서 연대의 언어가 터져 나오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소년들의 야망은 온 세상이 나서서 독려하지만 여자가 욕망에 솔직하면 '기센 년', '팔자 사나운 년', '남자 잡아먹는 년'이라며 비난했다. 우정의 영역에서도 여성은 늘 소외되었다. 남자 셋이 모여 의를 맹세하면 '도원결의'라고 부르지만,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며 단속한다. 다시 말해 장정들은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갈 만큼 강하고 의리 넘치지만, 계집들은 타고난 천성이 이기적이고 질투심이 많아서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남자들은 치고받고 싸워도 다음 날이면 웃으면서 화해하지만 여자는 사소한 일로 한 번 다투면 평생 얼굴 안 본다는 잡소리는 또 어떤가. 남자든 여자든 사람이다. 싸우고 나서 오해를 풀고 돈독한 사이로 거듭날 수 있고, 별다른 일이 없음에도 먹고살기 바빠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남자의 편이었다. 밤꽃 냄새 짙게 풍기는 형님들의 우정만을 '진정한 의리'로 여기는 사회에서 여자들의 내면은 자기 검열로 얼룩졌다. 남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김치녀'가 되지 않기 위해 '개념녀' 매뉴얼을 학습했다. 똑똑하기보다는 지혜롭게, 남자들의 짓궂은 장난(성희롱)에는 수줍은 듯 웃어넘기기, 화나는 일이 있어도 나긋나긋하게 말하기, 데이트 비용은 무조건 더치페이 등,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것들 투성이였다. 여성은 남성(타자)의 욕망을 채워줄 수 없었다. 죽을 힘을 다하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자매들은 무섭게 각성했다. 앞서 길을 닦아 놓은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실천하면서 변화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힘을 발견했다. 

언어를 찾은 여성들은 거대한 남근이 지배한 세상에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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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지향인, 천주교 신자, 그리고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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