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역사관을 계승해? - 우리가 당황한 한국사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4/02/15
유사역사가들의 주된 레퍼토리 중 하나가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역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그런 주장의 일환으로 일제 때 조선총독부가 만든 <심상소학 국사 보충교재>를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이 추종한다는 말이 나왔다.
<심상소학 국사 보충교재> (ⓒ국립중앙도서관)

이 책은 불과 1~2학년도밖에 사용되지 않았으며 내용도 소략하다. 굳이 이런 책을 꺼내온 것 자체가 매우 웃기는 상황이다. 일제강정기 내내 사용된 한국사 교과서는 <보통학교 국사>였다. 아마 저 인간들은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정말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이 <심상소학 국사 보충교재>를 추종하고 있느냐?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우선 <심상소학 국사 보충교재>에는 단군이 나오질 않는다. 오늘날 우리 한국사 교과서에 단군이 안 나오는가? 여기서부터 이미 이런 이야기는 와장창 무너진다. 이 책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교수참고서>에는 단군을 뺀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삼국유사> 이전에는 단군에 대한 언급이 없고 조선에 들어와서야 단군이 존숭되었으므로 단군은 승려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 싣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 교과서에 있느냐 하면... 당연히 없다. <교수참고서의 내용을 일부 인용해본다.

위의 전설 내용이 불가사의하여, 불교 설화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얼핏 보아도 알 수 있으며, 또한 이 전설은 조선의 북부와 관계가 있고, 조선의 남부에 관계가 없으므로, 신라 시대에 단군이라는 존재는 전혀 존숭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확실하다. (중략) 이조시대의 유명한 학자 중에는 이 전설이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고 믿을 수 없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라고, 아울러 이 전설이 승려의 손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근래에 본국에 있는 학자들의 연구도 역시 모두 동일한 결과를 보...
이문영
이문영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160
팔로워 847
팔로잉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