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이유
22대 총선을 앞두고 아직도 선거제도가 합의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민주당은 연동형 존치와 병립형 회귀를 두고 내부 갈등을 겪는 모양새다. 개인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매우 반대한다. 단순히 정의당이 싫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 자체가 나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동형은 선거제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1. 직관적이지 않다.
소선거구제는 A후보가 표를 많이 받으면 A후보가 당선되고, A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면 A당 의석이 늘어난다는 가장 직관적인 제도이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A당 후보가 1명 더 당선되면 A당 의석이 1석 늘어난다는 기초적인 직관이 성립하지 않는다. 완전 연동형이 아니라 준연동형이라면 그 난해함은 더 심해진다. 모든 유권자가 24시간 365일 내내 뉴스를 보면서 살 수는 없고, 민주주의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낮은 유권자들 역시 동등한 1표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들이 (준)연동형의 비직관적이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할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2. 방향만 바뀔 뿐 여전히 전략적 투표가 필요하다.
소선거구제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유권자들이 전략적 투표를 강요받는다는 점이다. 가령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선거구제 하에서 정의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없다면, 유권자가 '최악'인 국민의힘을 막기 위해 마지 못해 '차악'인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는 '전략적 투표'를 강요받는다는 이야기다.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물론 봉쇄조항이라는 장벽이 있기는 하나) 이러한 전략적 투표의 필요성이 덜하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장점으로 제시된다.
문제는 연동형은 이 '전략적 투표가 필요없다'는 비례대표제의 장점이 크게 퇴색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아까와는 반대로, 위성정당이 없다면 연동형 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정당은 비례대표를 거의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략적 투표'로 성향이 비슷한 소수정당에 ...
1. 직관적이지 않다.
소선거구제는 A후보가 표를 많이 받으면 A후보가 당선되고, A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면 A당 의석이 늘어난다는 가장 직관적인 제도이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A당 후보가 1명 더 당선되면 A당 의석이 1석 늘어난다는 기초적인 직관이 성립하지 않는다. 완전 연동형이 아니라 준연동형이라면 그 난해함은 더 심해진다. 모든 유권자가 24시간 365일 내내 뉴스를 보면서 살 수는 없고, 민주주의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낮은 유권자들 역시 동등한 1표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들이 (준)연동형의 비직관적이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할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2. 방향만 바뀔 뿐 여전히 전략적 투표가 필요하다.
소선거구제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유권자들이 전략적 투표를 강요받는다는 점이다. 가령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선거구제 하에서 정의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없다면, 유권자가 '최악'인 국민의힘을 막기 위해 마지 못해 '차악'인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는 '전략적 투표'를 강요받는다는 이야기다.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물론 봉쇄조항이라는 장벽이 있기는 하나) 이러한 전략적 투표의 필요성이 덜하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장점으로 제시된다.
문제는 연동형은 이 '전략적 투표가 필요없다'는 비례대표제의 장점이 크게 퇴색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아까와는 반대로, 위성정당이 없다면 연동형 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정당은 비례대표를 거의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략적 투표'로 성향이 비슷한 소수정당에 ...
경제학에 차선의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경제체제가 최고 효율, 최선의 상태가 되기 위해서 5개의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경우, 1개만 충족된 경우보다 4개가 충족된 경우가 최선에 훨씬 가까운 차선이지만, 실제로는 1개만 충족된 경우의 효율성이 4개가 충족된 경우의 효율성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득표에 비해 비례대표 득표에 압도적인 우선권을 부여하고, 비례대표 득표율에 실제 의석수를 연동시킴으로써 과대대표의 문제를 방지하는 것에 그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본질을 시행시키고자 한다면 지역구 선거제를 폐지하거나 초과의석을 허용하여, 지역구 의석만으로 비례대표 득표율 이상의 의석을 얻을 가능성을 아예 없애야만 합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현행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직관 - 내 1표가 다른 1표와 동일한 양의 의석수로 변환될 것이라는 기대 - 을 교란시키고 온갖 편법적 꼼수를 시도하게 만들어 정치의 퇴행을 가져올 뿐입니다.
현행 헌법의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한 번 당선된 대통령이 다시 국민의 평가를 받을 일이 없어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책임성이 실종된다는 것이었습니다.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가장 지지받는 개헌안인 이유이기도 하죠.
현행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양당이 위성정당을 안 만들고 비례대표 후보를 정상적으로 공천한다고 한들, 유권자들이 양당에 비례표를 줄 일은 '없습니다'. 어느 유권자가 그대로 녹아 없어질 표를 주러 투표소까지 가겠어요? 한국 유권자들이 불세출의 천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정치개혁 운운하는 머저리들보다는 똑똑합니다.
이는 지역구 선거에서 양당에 표를 준 다수 유권자들이 비례표를 던질 때 전략적 투표행위 - 지역구 소선+병립비례제에서 했던 것과 같은 - 를 한다는 뜻이고, 이 갈 길 잃은 표를 주워먹기 위해 온갖 떴다방 신당이 난립할 겁니다. 이 사람들에게 장기적 집권을 욕망하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책임성 따위 물을 방법이 없습니다. 한탕한 다음 자리 뜨면 그만이고, 빈 자리는 또다른 떴다방 신당이 차지할 테니까요. 이게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치개혁이라는 대의의 깃발을 오물로 더럽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 선거제는, 국민의당 돌풍과 보수 분열로 인해 그 잘난 '다당제'가 실현되었던, 지난 국회의 정당 간 타협과 갈등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일 힘도, 비례의석 수를 늘릴 용기도 없던 비겁함의 산물이죠. 20년 총선에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게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안 만들었다면 비례의석을 정의당이 20석 이상 챙겨갔을 것 같습니까? 열린민주당과 우리공화당, 또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만들었을 비슷한 결의 비례 떴다방 정당들이 챙겨갔겠지. 그 경우 국회의원의 능력과 품성, 전반적 품질은 지금보다도 끔찍했을 것이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는 더욱 커졌을 것입니다. 참 대단한 정치개혁이다 그죠?
뻔히 예상되는 절망적 미래를 굳이 겪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들다 만 개혁적 선거제가 구체제보다 열등하다는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 중에 금뱃지에 눈이 돌아가지 않은 사람들을 찾기가 더 힘들 겁니다. 지역구를 아예 폐지하는 대개혁을 시도하던가, 병립형으로 회귀하고 총 의석수 증원(개인적으로 60석 정도 늘려서 지역구 대 비례를 250:110~260:100 사이로 맞추는 게 좋다고 생각)을 외치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맞는 길입니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자들이 본인들에게 금뱃지를 바치라고 정치세력을 압박하는 작태는 좀... 보고 있기 힘드네요.
@박박박 1. 서두에도 썼지만 저는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고, 가능하다면 병립형을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것 + 말씀해주신 영/호남의 사표 문제는 의석 증대를 전제로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미 올해 상반기에도 의석 증대 얘기가 나왔을 때 국민의힘이 의석을 오히려 줄이자느니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를 하자느니 뚱딴지 같은 소리로 판을 엎어버렸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연동형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아마 그런 현실에서 '연동형이 차악'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연동형은 '비례성 개선'이라는 득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너무 많은 실이 있기 때문에, 차악이 아니라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입니다. (병립형 하에서 비례 증원>현상유지>>연동형)
2. 지적해주신 민주당의 책임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민주당 역시 2019년 당시 연동형 도입의 주체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를 선택한다고 하면 4년 전에 그 '잘못된' 준연동형을 도입하기 위해 각종 잡음을 일으켰던 점과, 그리고 이제 와서 약속을 파기하는 점에 대해서 분명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정치적 도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본문에서 '도둑놈 심보'라는 다소 거친 표현을 쓰면서 연동형을 주장하는 제정파에게 화살을 돌린 것은 현재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에게 준연동형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주체가 정의당 등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의 선거제 개편은 사실 민주당이 원하는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해 정의당 등과 '거래'를 한 성격도 강했는데, 현 시점에서 정의당 등은 '거래'라기보다도 그냥 민주당에게 일방적으로 연동형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2019년 당시로 시계를 돌려보면 정의당 윤소하 당시 의원이 "자유한국당이 제발 위성정당을 만들어 달라" 소리를 하는 등 ( https://m.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1912221353001 ) 이들이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은 명확한데, 결과적으로 위성정당에 대한 여론이 나빴다고들 하지만 그 선거에서 투표한 유권자 70%는 양당의 위성정당에 표를 줬습니다. 민주당이 만약 위성정당을 안 만들었으면 윤소하 당시 의원의 주장대로 '위성정당 심판론'이 불거져 미래통합당이 더 폭망했을까요? 그럴 리가요.
본문에도 썼다시피 민주당이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고 싶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쥐고 있는 이상 그걸 이번 총선에 적용시키는 건 불가능하니까 사실상 연동형 고수 요구는 (위성정당의 위험이 있는) 현행 선거제를 유지한 채 총선을 치르라는 요구인데, 그렇다고 정의당 등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또 만드는 걸 용납할 리는 없죠. 정의당 등이 원하고 민주당에는 아무 이득이 없는 연동형을 위해서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은 다 짊어진 후에 다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다 해도 민주당은 만들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는 게 지금 사실상 정의당 등의 요구인데 그 반대급부로 정의당 등이 제안하는 '대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현행 선거제 하에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면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선택지를 봉쇄하면 결국 본문에도 썼듯이 민주당 지지자들이 군소 진보정당으로 '전략적 투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고, 실제로 연동형을 주장하는 제정파는 대놓고 그래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거부당할 게 뻔한 선거법 개정을 위한 정치적 부담을 민주당이 지고, 결국 선거법 개정이 좌초되고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을 만들면 '(진보정당의) 표만큼의 의석'조차도 아니고 민주당이 받았어야 할 표를 소수 진보정당으로 '나눠줘서' 진보정당의 의석을 늘려달라는 게 현재 연동형을 주장하는 제정파의 요구인 셈인데, 이것에 대해 '도둑놈 심보'라고 표현한 것이 그리 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공감하는 글입니다만, 마지막 단락은 특히 동의하기 어렵네요.
양당제가 악이라는 구도에 너무 천착될 필요는 없다는 그 명제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다당제든 양당제든 결국 그 사회가 이념적으로 극우가 되든 극좌가 되면 어차피 소용이 없다는 걸 지금 유럽이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그런데 사표 문제가 불거진 게 양당제 고착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이래 지금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꾸준히 2-30% 나오는 전라도 국힘 지지자, 경상북도 민주당 지지자, 3-50%는 있는 경상남도 민주당 지지자는 자기 지역의 국회의원을 평생 가질 수도 없는건가요? 준연동형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려하기 위해 시작된 논의였고, 말씀하신 이유들로 인해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그런데...그러면 실패했다고 그냥 사표 생기든 말든 그냥 잊어버리면 되는 것인지요? 글에도 결국 사표 문제에 대한 어떤 움직임을 바라시는지 써두시지 않았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고민을 듣고 싶습니다. 혹여 사표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시면, 그것 또한 현재 영국 같은 국가에서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고 존중합니다.
또 말씀하신 현행 준연동형의 문제상황이 조성되지 못하도록 하는데, 민주당은 무엇을 하였는지요? 심지어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을 정치프로들이라면 다들 몰랐을 리도 없었고,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대선 때 이미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 후보가 고치겠다고 거론한 적도 있습니다. 연동형이 옳든 그르든 문제와 다른 차원에서, 4년 동안 민주당은 뭘 하고 있었는지요.
그런데 갑자기 직무유기해놓고선 이제와서 소수 정당들이 '도둑놈 심보'라는 얘기를 들으면 이거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도둑놈'된 신세가 아니겠습니까?
경제학에 차선의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경제체제가 최고 효율, 최선의 상태가 되기 위해서 5개의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경우, 1개만 충족된 경우보다 4개가 충족된 경우가 최선에 훨씬 가까운 차선이지만, 실제로는 1개만 충족된 경우의 효율성이 4개가 충족된 경우의 효율성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득표에 비해 비례대표 득표에 압도적인 우선권을 부여하고, 비례대표 득표율에 실제 의석수를 연동시킴으로써 과대대표의 문제를 방지하는 것에 그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본질을 시행시키고자 한다면 지역구 선거제를 폐지하거나 초과의석을 허용하여, 지역구 의석만으로 비례대표 득표율 이상의 의석을 얻을 가능성을 아예 없애야만 합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현행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직관 - 내 1표가 다른 1표와 동일한 양의 의석수로 변환될 것이라는 기대 - 을 교란시키고 온갖 편법적 꼼수를 시도하게 만들어 정치의 퇴행을 가져올 뿐입니다.
현행 헌법의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한 번 당선된 대통령이 다시 국민의 평가를 받을 일이 없어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책임성이 실종된다는 것이었습니다.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가장 지지받는 개헌안인 이유이기도 하죠.
현행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양당이 위성정당을 안 만들고 비례대표 후보를 정상적으로 공천한다고 한들, 유권자들이 양당에 비례표를 줄 일은 '없습니다'. 어느 유권자가 그대로 녹아 없어질 표를 주러 투표소까지 가겠어요? 한국 유권자들이 불세출의 천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정치개혁 운운하는 머저리들보다는 똑똑합니다.
이는 지역구 선거에서 양당에 표를 준 다수 유권자들이 비례표를 던질 때 전략적 투표행위 - 지역구 소선+병립비례제에서 했던 것과 같은 - 를 한다는 뜻이고, 이 갈 길 잃은 표를 주워먹기 위해 온갖 떴다방 신당이 난립할 겁니다. 이 사람들에게 장기적 집권을 욕망하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책임성 따위 물을 방법이 없습니다. 한탕한 다음 자리 뜨면 그만이고, 빈 자리는 또다른 떴다방 신당이 차지할 테니까요. 이게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치개혁이라는 대의의 깃발을 오물로 더럽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 선거제는, 국민의당 돌풍과 보수 분열로 인해 그 잘난 '다당제'가 실현되었던, 지난 국회의 정당 간 타협과 갈등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일 힘도, 비례의석 수를 늘릴 용기도 없던 비겁함의 산물이죠. 20년 총선에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게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안 만들었다면 비례의석을 정의당이 20석 이상 챙겨갔을 것 같습니까? 열린민주당과 우리공화당, 또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만들었을 비슷한 결의 비례 떴다방 정당들이 챙겨갔겠지. 그 경우 국회의원의 능력과 품성, 전반적 품질은 지금보다도 끔찍했을 것이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는 더욱 커졌을 것입니다. 참 대단한 정치개혁이다 그죠?
뻔히 예상되는 절망적 미래를 굳이 겪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들다 만 개혁적 선거제가 구체제보다 열등하다는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 중에 금뱃지에 눈이 돌아가지 않은 사람들을 찾기가 더 힘들 겁니다. 지역구를 아예 폐지하는 대개혁을 시도하던가, 병립형으로 회귀하고 총 의석수 증원(개인적으로 60석 정도 늘려서 지역구 대 비례를 250:110~260:100 사이로 맞추는 게 좋다고 생각)을 외치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맞는 길입니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자들이 본인들에게 금뱃지를 바치라고 정치세력을 압박하는 작태는 좀... 보고 있기 힘드네요.
@박박박 1. 서두에도 썼지만 저는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고, 가능하다면 병립형을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것 + 말씀해주신 영/호남의 사표 문제는 의석 증대를 전제로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미 올해 상반기에도 의석 증대 얘기가 나왔을 때 국민의힘이 의석을 오히려 줄이자느니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를 하자느니 뚱딴지 같은 소리로 판을 엎어버렸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연동형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아마 그런 현실에서 '연동형이 차악'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연동형은 '비례성 개선'이라는 득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너무 많은 실이 있기 때문에, 차악이 아니라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입니다. (병립형 하에서 비례 증원>현상유지>>연동형)
2. 지적해주신 민주당의 책임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민주당 역시 2019년 당시 연동형 도입의 주체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를 선택한다고 하면 4년 전에 그 '잘못된' 준연동형을 도입하기 위해 각종 잡음을 일으켰던 점과, 그리고 이제 와서 약속을 파기하는 점에 대해서 분명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정치적 도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본문에서 '도둑놈 심보'라는 다소 거친 표현을 쓰면서 연동형을 주장하는 제정파에게 화살을 돌린 것은 현재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에게 준연동형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주체가 정의당 등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의 선거제 개편은 사실 민주당이 원하는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해 정의당 등과 '거래'를 한 성격도 강했는데, 현 시점에서 정의당 등은 '거래'라기보다도 그냥 민주당에게 일방적으로 연동형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2019년 당시로 시계를 돌려보면 정의당 윤소하 당시 의원이 "자유한국당이 제발 위성정당을 만들어 달라" 소리를 하는 등 ( https://m.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1912221353001 ) 이들이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은 명확한데, 결과적으로 위성정당에 대한 여론이 나빴다고들 하지만 그 선거에서 투표한 유권자 70%는 양당의 위성정당에 표를 줬습니다. 민주당이 만약 위성정당을 안 만들었으면 윤소하 당시 의원의 주장대로 '위성정당 심판론'이 불거져 미래통합당이 더 폭망했을까요? 그럴 리가요.
본문에도 썼다시피 민주당이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고 싶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쥐고 있는 이상 그걸 이번 총선에 적용시키는 건 불가능하니까 사실상 연동형 고수 요구는 (위성정당의 위험이 있는) 현행 선거제를 유지한 채 총선을 치르라는 요구인데, 그렇다고 정의당 등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또 만드는 걸 용납할 리는 없죠. 정의당 등이 원하고 민주당에는 아무 이득이 없는 연동형을 위해서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은 다 짊어진 후에 다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다 해도 민주당은 만들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는 게 지금 사실상 정의당 등의 요구인데 그 반대급부로 정의당 등이 제안하는 '대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현행 선거제 하에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면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선택지를 봉쇄하면 결국 본문에도 썼듯이 민주당 지지자들이 군소 진보정당으로 '전략적 투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고, 실제로 연동형을 주장하는 제정파는 대놓고 그래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거부당할 게 뻔한 선거법 개정을 위한 정치적 부담을 민주당이 지고, 결국 선거법 개정이 좌초되고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을 만들면 '(진보정당의) 표만큼의 의석'조차도 아니고 민주당이 받았어야 할 표를 소수 진보정당으로 '나눠줘서' 진보정당의 의석을 늘려달라는 게 현재 연동형을 주장하는 제정파의 요구인 셈인데, 이것에 대해 '도둑놈 심보'라고 표현한 것이 그리 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