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만큼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03/09
주변의 친한 지인들에게 꽤나 부드럽고 다정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의 말투는 사실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말하는 것을 직접 들어볼 일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의 말하는 방식에 대해 지적해 주더라도 쉽게 바뀌거나 달라지기가 힘들다.

   이십 대 초중반이던 그때의 나는 마치 고슴도치와 같았다. 누군가가 나를 건드릴까 봐 온통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기에 바빴다. 삐쭉삐쭉한 가시투성이였지만, 마음속은 작은 말들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 여리디 여린 개복치였다. 겉으로는 그런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아마 더욱 센 척을 했던 걸지도 모른다.

   서울에 다시 올라와 직장을 구했지만 그곳에서 3개월간 봉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퇴사 후 노동부에 바로 신고했지만 밀린 월급을 다 받아내는 데까지는 무려 4개월이 더 걸렸다. 나는 밀린 월급을 받을 때까지 두 달이 넘게 매일 그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장을 도발했다. 지친 사장은 밀린 월급을 줄 테니 그만하라고 했고, 나는 3개월 치의 밀린 급여 전부가 통장에 들어온 걸 확인한 후에야 전화를 그만뒀다.

   그렇게 독기로 똘똘 뭉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던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 3~4년쯤 지났을 때, 교회 안의 드라마 공연팀에서 서기를 맡게 되었다. 어느 날 공연을 앞두고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 중요한 회의를 했다. 서기로서 매번 몇 시간씩 필기를 계속하다 보니 팔이 너무도 아파서 그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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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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