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에 관한 와일드한 생각

ACCI
ACCI · 글과 글씨를 씁니다.
2023/06/01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UT) ACCI PHOTOGRAPHY
예전에도 한번 언급했지만 남편은 위로받는 걸 싫어한다.

자기 위로할 바엔 나 하나라도 그냥 행복하게 있는 게 자기에겐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어릴 적 구루 신드롬과 메시아 컴플렉스를 오가며 내 깜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시절, 남편을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남편에게 자꾸만 가까이 다가가다 서로 상처만 내곤 했다.

남편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자기가 힘든 날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몇 시간씩 번잡한 도심을 걷다 오곤 했는데 ‘삑삑삑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남편 얼굴엔 '나 이제 괜찮아'보다 '걸어도 소용없었어'라고 쓰여 있을 때가 많았다.

'당신 하나라도 행복하게 있는 게 위로가 된다.'

수많은 오해와 삐짐을 거치고 나서야 이 문장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나도 남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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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음악, 인문, 산책에 심취하며 캘리그래피와 통/번역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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