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에 대해, 딱 한 마디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2023/03/03
지난 2월 간만에 긴 휴가를 쓰고 호주에 다녀왔다. 시드니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자긍심의 행사인 ‘마디그라(Mardi gras)’와 이와 동시에 열리는 세계적인 성소수자 행사인 ‘월드프라이드(WorldPride)’를 보기 위해서였다. 두 행사의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도시 전역은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여섯 색 무지개로 물들어 있었고 들뜬 마음이 든 나는 주립도서관부터 미술관, 박물관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행사와 마디그라 행진에 기쁜 마음으로 방문했다. 그리고 시드니 일정 마지막에는 월드프라이드를 위해 전 세계 다양한 국적의 활동가들이 모이는 리셉션 행사에도 참석했다. 사실 영어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활동가들과 교류를 할 생각은 별로 없었고 그냥 와인이나 실컷 마시고 오자는 생각으로 간 행사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애매하게 안면이 있는 호주 활동가를 만나버렸고 그와 함께 있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너무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서있었나 보다)
다행히 대부분의 대화 패턴은 비슷했다. 어디서 왔는지, 시드니에 방문해보니 어떤지, 마디그라와 월드프라이드는 잘 즐기고 있는지 등등. 또한 이들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했는데 이 또한 딱 두 가지 이야기로 수렴되었다. 첫 번째는 ‘너희 대통령을 어쩌면 좋니?’였는데, 여기에 대해선 반응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라면 지금도 A4지 50매 분량의 성토를 토해낼 수 있는데 그 중 10%만 영어로 옮겨도 대화를 이어나가기에는 충분했다. 나머지 하나는 축하인사였다. 리셉션에 모인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며칠 전 한국에서 동성부부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걸 알고 있었다. 나도 기쁜 마음에 ‘너무나 긍정적인 소식이고 반가운 일이다’라는 코멘트를 했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대통령 욕은 출력오류로 종이를 우수수 뱉어내는 프린터처럼 했는데 정작 ...
한국 최초의 성적소수자 인권활동 지원을 위한 재단인 비온뒤무지개재단 활동가, 퀴어 유튜브 채널 큐플래닛 기획자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아직도 적응 중'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