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고 말해보자면] 일본은 귀속재산 때문에 한국에 배상할 필요가 없다? : 역사관의 중요성에 관하여

0. 역사관의 충돌은 민족공동체의 정신세계에 대한 헤게모니 다툼이다

 한 개인의 정체성은 그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며 어떤 경험을 누적해왔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하나의 집단 혹은 국가공동체까지도 그러하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역사인식이 지니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정치학자는 역사관을 놓고 벌어지는 좌우 간의 이념적 투쟁은 한 민족공동체의 정신세계에서의 헤게모니를 쟁취하려는 다툼이라 규정하였는데 납득이 가는 주장이다. 특정한 이념과 정체성에 의해 규정되는 정치적 집단이 국가를 매개로 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보편화하려 시도할 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역사교과서에 자신들의 이념적 입장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지난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시기에 현행 역사교과서를 비판하며 자신들의 이념에 맞게 개정하려는 시도는 모두 좌절되었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는 역사관이 지니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식민지기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분명 역사교과서의 서술방식에 따라 주조되었다. 그에 따르면 조선후기 사회경제의 발전에 따라 자본주의의 맹아가 형성되었지만,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인해 근대로의 이행에 실패하고 시민화되었다. 이후로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견지하여 1945년 8월 15일에 해방되었다. 이러한 묘사에서 기존의 식민지기에 있었던 사회경제적 변화는 긍정적인 묘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수탈과 착취로 점철되어 독립운동의 역사적 당위를 입증하는데 사용될 것을 목적을 언급된다. 다시 말해서 식민지기의 자본주의 발전은 농민운동과 노동운동의 발흥과 그들의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으로의 전환을 설명하는 배경적 의미로 제한된다.

뉴라이트 운동을 이끈 경제사학자 안병직의 전공이 식민지기 경제사였다는 점은 이런 맥락에서 음미해볼 만하다. 독립운동의 당위성을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민족해방운동사 서술 방식에 대한 경제사의 반발이라는 맥락도 있을 것이다. 경제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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