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토난 중고 거래와 택배 대소동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11/16


요 며칠은 넘쳐나는 물건들을 처분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낡은 물건을 많이 쓰고 산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고 말끔히 살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와 정반대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버려져야 마땅할 물건이나 혹은 정말로 버려졌던 물건 따위가 새 생명을 얻는 속도가 소비 속도보다 빠른 탓이다. 게다가 새 물건을 전혀 안 사냐면 그것도 아니니 물건이 쌓일 수밖에 없다. 제설 작업을 하듯이 물건을 치우지 않으면 순식간에 생활 공간이 엉망이 된다. 아무리 쓸만한 물건이라도 내가 정말 만족스럽게 자주 쓰는 범위를 벗어나면 포기해야 한다. 그럭저럭 괜찮은 것까지 모두 떠안고 살 수는 없다. 팔거나 기증해서 더 유용하게 잘 쓸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넓은 행복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올해는 족저근막염을 핑계로 지나치게 많은 신발을 사거나 줍거나 고치며 테스트했고, 심지어 10월에는 등산까지 시작해서 신발 보관할 공간이 남아나지 않게 되었다는 게 몹시 심각한 문제거리로 떠올랐다. 그런고로 며칠간 지속적으로 신발을 팔아 치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구매자로부터 택배를 보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접수를 하고도 깜빡 송장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탓이다. 요즘은 서비스들의 연계성이 높아져서 내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자동으로 배송 정보를 알려주는 번개장터 같은 앱도 있는 반면에 당근은 직거래 위주로 출발해서 뭐든 수동으로 처리해야 한다.

나는 편의점 반값 택배를 접수할 때 쓰는 앱을 열어 송장 정보를 확인했다. 그런데 접수 전으로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잠시 당황했지만, 택배 처리는 원래 전산 반영이 늦는 경향이 있다. 나는 송장 뭉치에서 최근에 추가된 것들을 뒤적였다. 거래가 끝나지 않은 물품의 송장을 보관하는 나는 정말 용의주도한 놈이라고 스스로 감탄하면서. 그러나 잠시후, 나는 혹시 버린 송장이 없는지 쓰레기통을 뒤지게 되었다. 분명 발송한 기억이 있는데 그에 맞는 송장이 없었던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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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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