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할머니들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6/04
어제 소개한 91살과 92살의 제주 해녀 인터뷰 중 몇 가지 말들이 자꾸 밟혀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 해녀는 등에 관을 지고, 칠성판을 지고 들어가는 일이라던데 구십이 넘도록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요?

김: “내려갈 때 본 전복은 따도, 올라올 때 본 전복은 잊는 것. 전복이 대작대작 붙어 있어도 하나 더 따려고 되돌아갔다간 숨이 모자라서 죽어. 욕심 때문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지.”
강: “그게 다 자식들 연필 값이고, 공책 값이고, 책가방 값이니 다시 가 줍고 싶은 마음 태산이지만 잊어야 살 수 있지. 그래서 오래오래 일했지.”


-"내려갈 때 본 전복은 따도, 올라올 때 본 전복은 잊는 것." 물 속에 내려 갈 때는 전복이나 기타 해산물을 따기 위해서 내려가는 것이니까 보이는 족족 따게되겠지요. 이런 일은 숨쉬기의 제약이 있으니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일을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전복 등을 따서 올라오는 것은 노동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지요. 그런데 올라올 때 보이는 전복 등은 과외 욕망이고 잉여 욕망이지요. 해녀 할머니들은 이런 욕망을 절제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물질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눈 앞에 보물이 있어도 눈 딱 감고 절제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지요. 욕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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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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