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이 뭐라고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6/14
  며칠 마음이 영 불편했다.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 되고, 어느 것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상태랄까. 원인은 잘 알고 있었다. 카페를 그만 두고 글로 어떻게든 먹고살아 보겠다 마음을 먹었으니 불편한 게 당연하지.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불편할 일인가, 싶을 만큼 온종일 롤러코스터에 앉아있는 것처럼 안절부절이었다.

  단지 그것 때문일까. 내 마음은 왜이렇게 괴로운 걸까. 아이들과 잠자리에 누워 곰곰 생각해보다 갑자기 10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10, 10때문이었구나! 유레카를 외치듯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게 다 숫자 때문이었어! ©️unsplash

  내년 1월이면 카페 문을 연 지 정확히 10년이다. 올해 초 9주년을 넘기면서 나는 내내 10이라는 숫자를 떠올렸다. 드디어 내년이 10년이구나. 숫자에는 사실 의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왔으면서도, 정작 나는 10주년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오래 전 보았던 한 예능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너무 오래 전이라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프로그램에 나온 한 연예인은 자신의 부모님이 십 년째 같은 곳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한 패널이 이렇게 답했다. 어떤 일이든, 돈을 모았든 모으지 않았든, 한 자리에서 10년을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나는 그 말에 구구절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장사를 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 누구보다 그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던 터였다.

  낯선 섬에 내려와 카페 문을 열면서 내 마음 속에 10이라는 숫자가 자리를 잡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카페를 시작하기 전까지 육지에서 내가 해온 일 중 가장 오래 버틴 게 고작 3년이었다. 남들은 5년, 10년 경력을 쭉쭉 쌓아가는데, 나한테는 그게 세계여행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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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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