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에서 학생의 권리와 책임으로

이건주
이건주 · 교사. 문학연구자.
2024/05/05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제정된 후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인천 모두 7개 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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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이초등학교 사태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고, 서울시의회도 최근에 폐지를 결정했다. 경기도도 학생인권조례와 교권보호조례 폐지 조항을 담은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자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청 본청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부당함을 알리는 72시간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후에는 조례 폐지를 번복시키기 위한 이동버스(이동 집무실)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남발해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왔다. 이번에는 시의회에서 의결한 사안에 대해 교육감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문제이다.

진보진영에서 서이초 사태 이후 교사의 교육권 보호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낡은 학생인권조례를 사수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학생을 교사와 대비해서 약자로 규정하는 선악 이분법적 진영논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념의 안경을 쓰고 학생을 학교 내의 권력자인 교사에 의해 지배당하는 약자로 보기 때문에 학생의 책임은 외면하고 권리만 불가침의 신성한 인권으로까지 부각시키는 것이다. 

지난 서이초 사태 때에 진보 교육감들이 말로는 교권보호를 외치면서도 학생인권조례를 사수하려고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에게 교사의 교육권은 신성한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해 얼마든지 제한될 수 있는 강자의 권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서이초 사태 때에 앞장 서서 교권보호를 외치면서도 학생인권조례를 사수하고 교권침해 학생 생기부 기재를 반대했던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적 교육단체들의 모순된 행태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학부모 단체들이 학생의 권리를 신성한 천부 인권으로 주장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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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국어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논문 [김수영의 다원주의 시론 연구](2021) 발표. 『K-대학입시』(2024) 저자. [학교나침반] 네이버 카페 운영자. [학교나침반TV] 유튜브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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