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고 예쁜 얼굴?
20년은 된 어느 가을이었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앞에서 약속을 했는데 앞선 일이 안 끝나 좀 늦는다기에 백화점 출입문 안쪽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뜻밖에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케나 툭 걸쳐입고' 집 앞 백화점에 나왔어도 흐트러지지 않고 얼굴선에 각진 데가 없는 세련된 여자들이 많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 빗질만 한 머릿결, 차려입지 않았는데 싼티 안 나는 옷 매무새, 무표정한 시크함 들을 눈요기하며 시간 보내는 즐거움이 썩 괜찮았다.
삼십 분쯤 그러고 있으니 기다리던 권사님이 오셨다.
도산공원 근처에 집이 있어서 말하자면 압구정파인 분이다.
여자들이 한결같이 예뻐서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는 내 말에 즉시 반응하는 대답이 유쾌했다.
"얘, 그 비슷비슷한 얼굴들 날마다 보면 질리고 멀...
압구정 현대백화점 앞에서 약속을 했는데 앞선 일이 안 끝나 좀 늦는다기에 백화점 출입문 안쪽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뜻밖에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케나 툭 걸쳐입고' 집 앞 백화점에 나왔어도 흐트러지지 않고 얼굴선에 각진 데가 없는 세련된 여자들이 많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 빗질만 한 머릿결, 차려입지 않았는데 싼티 안 나는 옷 매무새, 무표정한 시크함 들을 눈요기하며 시간 보내는 즐거움이 썩 괜찮았다.
삼십 분쯤 그러고 있으니 기다리던 권사님이 오셨다.
도산공원 근처에 집이 있어서 말하자면 압구정파인 분이다.
여자들이 한결같이 예뻐서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는 내 말에 즉시 반응하는 대답이 유쾌했다.
"얘, 그 비슷비슷한 얼굴들 날마다 보면 질리고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