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베들의 시대를 끝내려면
2023/06/15
남자 못 버린 페미니즘 12화
"저 새끼 통수치네ㅋㅋㅋ"
흔한 일상을 보내던 중 대학 동기들 단톡방에서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 ‘통수’라는 말을 썼다.
갑자기 다른 동기 언니가 진지하게 묻는 메시지를 단톡방에 올렸다.
"OO아, 너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고 쓰는거야?"
"전라도 지역차별하는 말이잖아. 그거 일베에서 나온 거 몰라?"
화기애애했던 단톡방이 얼어붙었다. 그 언니는 고향이 목포였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내가 페이스북에 고속버스에 휠체어이용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투쟁을 한다는 소식을 올렸더니 한 동기가 나에게 질문을 하면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이 격해지던 중 내가 저상버스 도입이 비장애인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도 아닌데 왜 반대해야 하는건지 묻자 그 동기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상버스가 비장애인한테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구나. 진짜 그럴 수도 있겠네"
(나는 그 댓글을 보고 그 동기를 페이스북에서 차단했다.)
2013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으로 내가 다니던 대학에도 대자보가 붙었다.
그 이후로 나와 친구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대자보를 썼는데, 세월호 참사 즈음이었나? 대자보가 훼손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 때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확찢’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종종 올라왔던 것 같다.
*‘대자보 확 찢어버린다’의 줄임말
최근 독립연구자 김학준씨가 쓴 <보통 일베들의 시대>를 읽었다. 일베가 등장할 때 즈음 대학생활과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일베가 만든 언어들이 일으키는 마찰을 겪으면서, 일베의 언어와 감성은 나에게 깊게 아로새겨졌다. 나는 한창 일베가 활동할 시절에는 ‘저 찌질한 XX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사회적 집단이지만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순간 힘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