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로서 섹스하기
2023/03/12
시체로서 섹스하기 [장면 1]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나를 둘러싼 모든 공기가 ‘멈춤 모드’가 된 것 같다. 자연스러워야 할 공기의 흐름이 내 호흡기까지 결코 닿지 않는다. 누군가 코를 꼭 집어 막은 것처럼, 목구멍 안을 글루건으로 칠한 것처럼 아무리 애써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수 없다. 평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의식도 하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공황 장애가 나를 덮칠 때면 숨쉬기가 이렇게 어렵고 버거운 일인지 아프게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공기가 도저히 내 코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 입을 벌려 본다. 더 크게 벌려 본다. 고달픈 노력애도 불구하고 주변 공기는 몽땅 나를 피해 가는지 입안에서도 공기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감긴 눈이 절로 찌푸려진다. 점점 머릿속이 흐릿해지면서 어지럽다. 심장 박동 소리도 점점 사그라든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슬로우 모션 혹은 일시 정지되었던 공기들이 나를 괴물처럼 집어 삼킨다. 아까는 오라고 간절히 빌어도 단 한 순간도 날 방문하지 않더니 과호흡이 시작된다. 해일처럼 숨이 차오르고, 토를 하듯 숨을 뱉는다. 가슴이 쓰라리다. 한참 과호흡을 하다가 시체처럼 누워 있는다. 숨 쉬는 데 온몸의 힘을 다 썼다. 눈 뜰 힘조차 없다.
[장면 2]
“아, 아파!”
“누가 말해도 된대?”
두꺼운 손이 내 뺨을 후려친다. 바로 그 손은 내 목을 움켜쥔다. 이로써 코와 입으로부터 나의 몸으로 전달될 모든 공기의 통로가 차단되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공포에 두 눈을 또렷이 뜬다. 그가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하지만 살기를 띤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꽉 막힌 목이 나의 얼굴까지 조여온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숨 막힘의 고통에 악다구니를 쓴다. 이러면 그가 더 화낼 것을 알고, 더 나아가 호흡이 차단되는 시간이 연장될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나의 몸은 그 생각보다 앞서버렸다. 나는 두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