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이라 불린 바둑계의 돌부처 - 이창호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5/22
이창호. 출처- 한국기원

현대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꾼 역사적인 행마, 이창호(李昌鎬, 1975~ ) 
   
알파고와 대결했던 이세돌이 가장 존경하는 기사
   
바둑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취미이자 두뇌 활동 중 하나이다. 어떤 이는 바둑을 “반상 위에서 펼쳐지는 조용한 전쟁”(김영상)이라고도 하고, “인류가 도달한 가장 수준 높은 교양이자 철학”(우칭위엔(吳清源)) 그 자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바둑만큼 개인의 품성과 기질이 짙게 드러나는 취미 생활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역사 이래로 지금까지 같은 바둑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만 판을 두면 일만 가지 수가 나온다는 바둑은 그만큼 오묘하며 신비롭다. 바둑에 재능이 있고, 바둑을 좋아해, 바둑만을 두어온 인생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프로 기사’라 부른다. 

기술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카드’와 ‘체스(장기)’ 같은 인류의 오랜 취미와 게임이 차례차례 컴퓨터(인공지능)에 의해 정복됐을 때에도, 바둑만은 영원히 기계가 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바둑을 둘 때 생겨나는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는 컴퓨터가 담당하는 계산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직관과 철학만이 감당할 수 있는 지평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창호와 이세돌 간의 대국 장면. 출처- 한국기원
물론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에 대한 인간의 오랜 착각과 잘못된 믿음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알파고의 출현은 바둑이 더 이상 예술과 철학을 담은 취미이자 교양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과 실리적 운용을 통해 승패를 결정하는 ‘두뇌 스포츠’임이 증명됐다. 

2016년 3월 인간과 기계 사이에 벌어진 ‘역사적인 대국’으로 불리는 알파고와 일전에 나선 상대가 ‘이세돌’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세계 제일의 바둑 기사이자 인류의 대표 격으로 이세돌을 떠올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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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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